[노트북 단상] '오은영 전성시대'에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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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편집부 차장

요즘 TV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누굴 꼽을 수 있을까. 불완전하기만 한 대한민국 ‘금쪽이’들에게 든든한 처방전을 내려주는 분,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가 아닐까.

방송가에선 오 박사를 간판으로 내세운 심리 상담 프로그램 하나쯤은 제작해야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이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금쪽같은 내 새끼)부터 MZ세대로 대변되는 아픈 청춘들(금쪽 상담소·써클 하우스), 이혼 위기에 놓이며 심각한 갈등을 겪는 부부들(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까지…. 그의 ‘매직’은 점점 반경을 넓혀 가고 있다. 한때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가 살짝 밀려난 사이, 오은영 박사의 전성시대가 열린 듯하다.

서점에 가도 비슷한 현상들을 목격하게 된다. 예전에도 이렇게 심리학 관련 인문 서적들이 많았나, 아니면 나에게만 이런 책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오는 건가. 자존감 수업, 당신이 옳다, 미움받을 용기,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적정한 삶, 한낮의 우울, 홀로서기 심리학,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기분을 관리해야 인생이 관리된다 등등 가벼운 에세이부터 전문 지식이 접목된 서적까지, 실로 다양한 심리학 책들이 서점 메인 판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많은 독자들이 이런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으면서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문득 이유를 생각해 봤다. 우리가 오은영 박사의 처방을 경청하는 이유, 자꾸만 심리학 서적에 손길이 가닿는 이유. 오 박사는 우리의 상처를 공감하고 보듬으면서도 전문가다운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상대의 불안과 공포, 상처와 아픔을 단박에 알아채 주고 축 처진 어깨를 다독여 주며 지금의 캄캄하고 긴 터널에도 결국엔 끝이 있음을 알려 준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살아 내려고, 힘든 상황을 딛고 일어서려고 애쓰는 우리는 어느새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또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과 속에서도 짬을 내어 ‘힐링 에세이’ 서적을 펼치고 그 안에 담긴 문장과 단어들을 붙잡으며 상처를 다독이려 애쓴다.

‘오은영 전성시대’에 산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멀쩡해 보이지만 삶에 지치고 관계에 힘들어진 상처 받은 ‘금쪽이’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위로와 안녕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준다. 내가 너에게 위로가 되어 주고 언제라도 안녕을 물으며 긍정 에너지를 주고받는 일상적인 따뜻함이 깃든 삶. 그걸 꿈꾸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대부분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수입차를 몰며 ‘인싸템’을 과시하는 ‘사회적 성공’을 이뤄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건 아닐까. 남의 시선이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우울한 현실을 극복하려 발버둥 친다고 행복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대신 그저 나의 마음을 부단히 아끼고 나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오직 나’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보자. 비록 거창한 성공은 가지지 못할지라도(그저 맹렬히 성공을 좇아가다가는 ‘번아웃’이 올지도 모른다), 하루에 고작 몇 분이라도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차곡차곡 모아 보자.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건강해지면 우리는 또 하루를 잘 버텨 낼 수 있을 테니까. m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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