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잡자 내부 권력 투쟁, 정신 못 차리는 여당
국민의힘 내부 권력 다툼이 심각하다. 이준석계니 친윤파니 신주류니 하는 편 가르는 말들이 난무하며 갈등과 반목이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하는 양상이다. 특히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두고 이른바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친윤 세력과 이 대표 측이 ‘간장 한 사발’ 같은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벌이는 신경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집권여당으로서 경제위기에 고통받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이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공천권 둘러싸고 계파 갈등 장기화
집권당 만들어 준 국민에 배신 행위
내홍이 격화하면서 27일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미래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혁신위원회는 당 쇄신을 위해 이 대표 주도로 추진됐지만, 국회의원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공천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라 당내 각 세력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친윤 세력은 혁신위원회가 ‘자기 정치’를 표방한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고 비판하며 끈질기게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회와 관련해 자신이 방향성을 제시한 적 없다며 사조직 논란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내 비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에 따라 혁신위원회의 존립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끝날 줄 모르는 권력다툼에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부끄럽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생활고에 국민의 한숨은 깊어가는데 국민의힘이 집권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퍼펙트 스톰’이라 부를 만치 전에 없는 복합적 위기를 맞고 있다. 환율은 1300원이 넘었고 물가 상승률도 무려 6%에 달할 것이라는 등 비관적 전망이 줄을 잇는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민생은 나 몰라라 하고 권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국민의힘을 집권여당으로 만들어 준 국민으로선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는 여론조사 발표가 최근 잇따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국민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지금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민심을 전하면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원활히 이끌어야 할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꼴이다. 국민의 눈은 결코 어둡지 않다. 윤 대통령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율도 근래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한 시국에 당권 경쟁으로 허송세월하는 한심한 여당을 국민은 지금 꾸짖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