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의 ‘경찰국’ 부활… “근조리본 달자” 일선 경찰 분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과 향후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행정안전부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조직 통제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경찰 조직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특히 행안부에 경찰 업무 조직인 이른바 ‘경찰국’이 생기는 것은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치안본부가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의 일이다. 행안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장관의 지휘 근거, 경찰 권한 확대에 따른 견제와 책임 강화 등의 이유로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는 경찰 내부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일축했지만, 반발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급격히 커진 권한, 견제 강화 차원
행안부 “경찰 지휘·감독 조직 필요”
경찰 “독립·중립성 훼손” 강력 반발
차기 청장, 조직 추스르기 ‘과제’
‘경찰국’ 서두르는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추진 방안과 관련 “현행법령, 추진 필요성, 유사 사례 등과 언론·경찰·시민사회·국회에서 제기하는 우려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그 결과 권고안이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 강화와 임무수행 역량 강화에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경찰국’으로 알려진 경찰 업무 조직 신설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직접 통제했으나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스템을 무시하는 관행이었다”며 “행안부에 경찰 업무 조직을 두지 않으면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을 지휘·감독할 조직이 없어 경찰이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경찰 조직 내부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되는 경찰의 독립성·중립성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의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방식의 문제와 함께 최근 경찰 권한이 급격하게 커져 경찰의 관리체계 개편과 수사역량 강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별적이고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에는 어느 누구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법령과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고 일축했다.
경찰 내부 반발 확산
권고안이 발표된 지난 21일부터 본격화된 경찰 내부의 반발 움직임은 이날 행안부의 권고안 수용 방침에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현장 경찰관들 명의로 ‘경찰독립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은 경찰 인사·감찰·징계 권한을 통해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처럼 경찰을 통제하고 종속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고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부산경찰청 등 전국 각지의 경찰 직장협의회도 행안부의 조처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현수막을 거는 등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너무 뜨거워서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이다. 이 한 몸 분신이라도 해야 되나” “근조리본을 달자” “경찰기를 조기 게양하자”는 등의 글과 경찰 지휘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은 ‘무거운 짐’ 안아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차기 경찰청장 지명과 청문회, 임명 절차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경찰청장으로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54·경찰대 7기)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58·행시 특채), 우철문 부산경찰청장(53·경찰대 7기)이 거론된다. 다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찰 인사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의외의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경찰청장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한 경찰 조직 내부의 반발,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윤 대통령의 ‘국기문란’ 작심 질책 등으로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를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