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공복/김한규 (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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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고 있는 무엇

가만히 있게 가만히 두지 않는 시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나왔네요.

아니면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왔습니다

(중략)



밝아올 것이라는 말을 지워버린

아침에는 감꽃이 떨어지고

눈물을 말리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하고 나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끝났습니다.



아니면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연락하겠습니다.



- 시집 (2021)중에서
공복은 생리적인 허기의 출발점이자 비어있는 감정일 수도 있다. 공복을 주제로 놓고 형상화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시는 쓰기 어려운 것을 쓰고 쓸 수 없는 것을 쓸 때 읽는 이들에게 이건 뭐지? 하는 물음과 함께 새로운 시적 환기를 건네준다. 시인은 공복을 ‘당신이 하고 있는 무엇’으로 지칭하고 ‘가만히 있게 가만히 두지 않는 시간’으로 형상화한다. 공복에는 어떤 말을 할 수도 있고 어떤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하고 있는 우리들. ‘끝났습니다’ ‘연락하겠습니다’ 다음에 슬쩍 ‘언제 우리 한 번 밥이나 먹읍시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아, 또 공복이 찾아온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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