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첸’ 기억해 줘 감사… 이젠 새 이미지 만드는 게 목표”
배우 20년 차 맞는 윤계상

“제 세대에겐 가수 god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저를 ‘장첸’으로 알아보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가수 겸 배우 윤계상(43)은 요즘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9년 보이그룹 god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세대가 달라진 탓에 자신을 영화 ‘범죄도시’(2017) 속 악역 장첸으로 기억하는 대중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2004년 그룹 god 탈퇴 연기 전향
영화 ‘범죄도시’ 악역 장첸 호평
이번엔 OTT ‘키스 식스 센스’ 출연
“늘 연기 갈증… 밝은 작품 하고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그 둘 말고 저를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를 하나 더 만드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윤계상은 지난 2004년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던 때 돌연 god 탈퇴를 선언했다. 그가 방향을 튼 곳은 연기였다.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로 연기에 도전한 그는 영화 ‘6년째 연애중’(2008) ‘풍산개’(2011) ‘죽여주는 여자’(2016) ‘범죄도시’(2017)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렇게 연기를 한 시간만 20년 가까이 됐다. 윤계상은 “이젠 대중들도 내가 연기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작품에 나온다고 걱정하는 분이 없다는 게 놀랍고 감사하다”며 “적지 않은 풍파와 고초를 겪었는데 지금은 안정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남들보다 오감이 발달해 고통받는 인물로 변신했다. 최근 공개돼 인기를 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키스 식스 센스’에서다. 이 작품은 오감이 예민한 남자와 키스를 하면 미래를 볼 수 있는 여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그는 주인공 차민후 역을 맡아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한 나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처음에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내게 온 게 맞나 여러 번 확인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윤계상은 인터뷰 내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외모’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전작인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마친 직후 촬영한 작품이라 그렇단다. 윤계상은 “그 작품을 하면서 몸도 많이 쓰고 고생을 해서 그런지 좀 늙어 보였다”며 “그때 모습이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촬영 뒷이야기도 살짝 곁들인다. “전작에서 삭발한 상태라 가발을 쓰고 촬영했어요. 거울을 이렇게 많이 본 작품은 처음일 거예요. 가발을 6~7시간 쓰고 있으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고 멍했어요. 삭발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한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윤계상은 지난 2020년 뇌동맥류 수술을 한 뒤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진지해졌다”며 “작품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많이 하고 싶어 고민하는 과정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윤계상은 수술 이후 드라마 ‘크라임 퍼즐’과 영화 ‘유체이탈자’ 등에 출연했고,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등 ‘열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계상은 “여전히 연기에 목이 마른 상태”라며 “1년 반가량 쉬어보니 일할 때 제가 살아있다고 느낀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현재 제가 느끼는 감정을 담은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밝고 웃음이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결혼 후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제 연기를 보시는 대중도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하하.” 남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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