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인천발 노선 집중… ‘지역항공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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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항공인 에어부산이 인천공항 중심으로 국제 노선을 확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김해공항 계류장에 발이 묶인 항공기들. 부산일보DB

에어부산은 최근 취항한 혹은 취항 예정인 동남아 노선(코타키나발루·냐짱(나트랑)·다낭) 이용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이달 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벤트 대상은 인천공항 출발 노선으로 제한해 김해공항을 이용하려는 부산 시민들의 아쉬움을 불렀다. 이에 에어부산은 추가 취항 예정인 방콕 노선에 대한 이벤트는 부산·인천 출발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공통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의 ‘수도권 공략’ 방침이 지역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도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에어부산의 선택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영업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항공사의 색깔을 흐리고 결국 향후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의 부산 유치 명분까지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공항 출발 비중 40% 육박
경영 정상화 위한 ‘수도권 공략’
통합 본사 부산 유치 악재 가능성

28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출발 국제선 노선은 모두 4개(칭다오·후쿠오카·괌·사이판), 인천공항 출발 노선은 3개(도쿄·오사카·코타키나발루)다. 7월에 취항할 노선까지 보태면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은 모두 11개(코타키나발루·다낭·오사카·울란바토르·나트랑·세부·방콕 추가), 인천공항 노선은 7개(나트랑·다낭·방콕·후쿠오카 추가)로 늘어난다.

7월 말 기준 에어부산의 국제선 노선은 모두 18개. 그중 7개가 인천공항 출발 노선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40%에 육박한다. 참고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기 직전인 2020년 1월 에어부산의 인천공항 출발 노선 비중은 16%(김해공항 25개, 인천공항 5개, 대구공항 1개)에 불과했다. 당시와 비교해 현재의 인천공항 출발 비중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의 회복이 인천공항에 비해 턱없이 더딘 탓도 없지 않다. 김해공항 노선을 운영하려고 해도 추가 노선 허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김해공항 국제선 노선 운영이 정상화되더라도 에어부산의 ‘수도권 공략 확대’라는 경영 전략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코로나 이전으로 호전되더라도 김해공항 중심의 노선 운영으로는 수익성 증가에 한계가 있다”며 “다른 LCC와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도권 공략이 절실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최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수익성 위주 노선 포트폴리오 재구축 △인천·김포발 노선 확대 △항공기 가동률 제고 등 ‘3대 가치 증대 전략’을 정했다. 3대 전략으로 나눴지만, 3가지 전략 모두 ‘수도권 공략 확대’로 귀결된다.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 위주의 노선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운영이 제한되는 김해공항 대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인천공항 노선을 늘리면 항공기 가동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얼마전 벌어진 인천공항 고객에 한정한 이벤트 논란도 이러한 에어부산의 전략에 따른 해프닝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다. 문제는 지역항공사의 설립 취지와 다소 맞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노선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역항공사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질 경우 장기적으로 통합 LCC의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한 명분도 줄어든다. 기존 지역항공사조차도 수도권 노선 운영에 집중하는데, 굳이 새로 생길 통합 LCC의 본사를 부산으로 가져오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물론 수도권 공략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에어부산의 최근 경영 방침인 것은 맞지만 부산 시민들이 우려할 만큼 김해공항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이벤트 건은 업무 과정에서 꼼꼼히 챙기지 못한 단순한 해프닝으로 봐 달라”고 해명했다. 이어 통합 LCC 본사 유치 건에 대해서는 “에어부산의 경영 상황이 건전하고 그 규모가 커져야 향후 진에어와의 LCC 통합 과정에서 에어부산의 입장을 좀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수도권 공략을 확대하는 전략이 마냥 통합 LCC 본사 유치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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