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고유가에 해파리까지… 남해안 멸치잡이 ‘삼중고’
다음 달 1일 조업 재개를 앞둔 경남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가뭄으로 어군 형성이 되지 않고, 고유가에 해파리까지 덮쳐 전전긍긍이다. 29일 오전 통영시 동호항에 정박 중인 멸치잡이 선단선. 작은 사진은 멸치잡이 권현망 선단 그물에 걸린 해파리.“경비는 치솟는데 고기는 없고 갑갑합니다.”
29일 오전 10시께 경남 통영시 동호항. 물양장을 따라 파란 지붕을 얹은 선박들이 줄지어 섰다. 멸치잡이 권현망 선단선이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허망하게 쳐다보던 한 어민이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선단 어로장인 그는 “당장 이틀 뒤 조업을 나가야 하는데 바다에 멸치가 안 보인다. 기름값 생각하면 안 나가는 게 상책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친다”고 상황을 전했다.
가뭄에 염도 올라 어군 형성 안 돼
보름달물해파리 기승 조업 피해
면세유 가격 작년 비해 배로 올라
조업 재개 앞둔 권현망업계 ‘울상’
국내산 마른멸치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경남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본격적인 조업 재개를 앞두고 전전긍긍이다.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최악의 가뭄 여파로 가뜩이나 어군 형성이 안 된 상황에, 고유가로 출어 비용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때 이른 해파리 떼 출현으로 조업 차질까지 우려되면서 출어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멸치 자원 보호를 위해 올 4월 1일 시작된 3개월간의 법정 금어기가 오는 30일 종료돼 내달 1일부터 조업을 재개한다. 1~3월 조업 성적이 기대 이하였던 탓에 업계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이 기간 수협 위판량은 5570t, 276억 원으로 평년보다 30% 이상 줄었다.
하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당장 주 조업지인 남해안에서 멸치 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주요 어장을 중심으로 어탐을 하고 있는데, 어군이 거의 비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어민들은 반년 넘게 계속된 가뭄을 지목한다. 강수량이 부족하면 바닷물 증발량이 많아져 염도가 높아진다. 이는 멸치 무리가 남해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벽이 된다. 올해 경남지역 6개월 누적 강수량은 267mm로 평년 505.7mm의 절반(51.3%) 수준에 그쳤다. 장마를 앞두곤 무더위가 이어졌다. 최근 며칠 단비가 내렸지만, 해갈엔 역부족이다.
해파리 떼도 골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1일 경남과 전남 앞바다 전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를 발령했다. 경남 남해안의 경우, 100㎡당 최고 144개체로 조사됐다. 수온이 20도 안팎인 이맘때 해파리 특보가 발령된 것은 이례적이다.
보름달물해파리는 국내 연안에 서식하는 토종 해파리다. 15cm 내외로 비교적 작고 독성은 약하다. 그러나 개체수가 많아 조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수산업 전반에 피해를 준다. 2km에 달하는 대형 끌그물을 넓게 펼친 뒤 멸치 떼를 쫓는 권현망 선단엔 더 치명적이다. 그물이 찢어지는 불상사도 발생한다. 그나마 잡은 멸치가 독소에 오염되고 신선도가 떨어져 상품성을 잃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면세유까지 천정부지다. 이달 어업용 면세유 공급가격은 200L들이 한 드럼에 25만 9270원으로 작년 이맘때(11만 6790원)의 갑절 이상이다. 심지어 7월엔 29만 4210원으로 더 오른다. 권현망 1개 선단(5척)이 월 평균 500드럼을 사용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유류비로만 매월 1억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해양수산부가 면세유 연동 보조금을 통해 1L당 1100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상 폭이 너무 커 어민들이 느끼는 실효성은 미미하다.
멸치권현망수협 박성호 조합장은 “위기에 직면한 업계 현실을 고려해 10t 미만 어선에 적용해 온 유가 지원 대상을 근해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