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당선인 ‘신도시·재개발 학교 신설 약속’ 공수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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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일광신도시 고등학교(가칭 일광고) 예정 부지. 신도시 조성 당시 학교부지가 마련됐지만 실제 학교 신설까지는 현행법상 걸림돌이 많다. 정종회 기자 jjh@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이 취임 전 시민에게 정책 제안을 받은 결과 기장군 일광신도시 고등학교 신설 등 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 당선인은 신도시와 재개발지역 학교 신설을 약속했지만, 현행법상 걸림돌이 많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 당선인이 지난 10일부터 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 ‘민선 제5대 부산광역시교육감 당선인에게 바란다’를 통해 시민 정책 제안을 받은 결과 29일 현재 ‘일광신도시 고등학교(가칭 일광고) 신설’이 전체 260여 건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수영구 남천초등학교 스쿨존 신규 차도 개설 반대가 35건으로 2위였고, 정관신도시와 명륜·거제동 등지 과밀학급 해결을 위한 초등학교 신설 요구도 5건 접수됐다.

하 당선인은 선거 기간 김석준 교육감의 학교 통폐합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신도시와 재개발지역 등 학생 유입이 많은 곳에 신규 학교를 적극적으로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출마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자전거 투어로 일광신도시, 거제2구역, 온천4구역 등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학교 신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의지와 달리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책 제안 1위를 차지한 일광고 신설의 경우 학교를 지을 부지는 있지만 교육부의 학교 설립 기준(고교 6000~9000세대)을 충족하지 못해 중앙투자심의위원회(중투위) 신청을 하더라도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인문계고 진학 규모도 크지 않아, 올 3월엔 일광신도시 내 일광중 졸업생 중 60명이 장안읍 등 인근 인문계고 3곳에 배치됐다. 현재 중학교 3학년(67명) 중에선 40여 명, 2학년(215명) 중 140여 명이 인문계 고교로 진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일광고 설립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만큼 지난해부터 수차례 교육부의 사전 컨설팅을 받았지만 ‘신설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상황이다. 사전 컨설팅은 무분별한 신청으로 인한 페널티(제재)를 방지하고 중투위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담당자가 협의하는 제도다.

게다가 교육부는 향후 학령 인구 감소를 감안해 특히 고등학교는 전국적으로 신규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추계인구를 보면 전국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788만 명에서 2030년 594만 명, 2040년 446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부산 학령인구는 46만→33만→23만 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

이에 시교육청은 인근 학교를 이전해 새로 짓는 ‘신설 대체이전’ 방식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학교 학부모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기존 학교 주변지역 주민들과 동창회의 반발도 극복해야 한다.

거제2구역 재개발 지역의 경우 조합 측이 당초 학교부지를 체육공원부지로 변경했다가 입주 예정자들의 학교 신설 요구가 높아지자 2023년 11월 입주를 앞두고 뒤늦게 다시 학교부지로 토지 용도 재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합이 지난해 10월 교육환경평가를 신청했지만, 전문기관 평가 결과 해당 부지가 단지 외곽에 있고 경사도가 높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3차례 보완 요청이 내려졌다.

특히 거제2구역은 학교부지를 없애는 대신 이미 20% 정도 세대 수를 늘린 데다, 시교육청이 입주에 대비해 인근 거제초등 증개축과 창신초등 증축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 측의 학교부지 전환 추진과 맞물려 기존 증개축 계획이 중단된다면 추후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몇 년 동안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천4구역 재개발 지역도 인근 초등학교 증축을 준비 중이고, 단지 주변으로 아예 학교부지가 없어 학교 신설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 당선인 측은 학교 신설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 당선인은 “교육부 중앙투자심의위에선 교육감의 뜻이 중요하게 반영되는데, 시민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꾸려 가장 시급한 지역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학교 신설을 신청하겠다”며 “한국교총 회장 시절 법 개정을 이끌어낸 경험을 살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뜻을 모아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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