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외교정책 ‘유럽’ ‘일본’에 방점 찍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대폭 전환될 조짐을 보인다. 경제외교의 무게 중심을 유럽으로 이동하고, 지난 정부에서 꽉 막혔던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대유럽 수출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29∼30일(현지시간) 이틀간 유럽 국가들과 릴레이 양자 회담을 가진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윤 대통령 이틀간 ‘세일즈 외교’
중국 대안으로 ‘유럽 시장’ 선택
“한국 상승 이끌 최적의 파트너”
일 총리 대면 ‘관계 복원’ 언급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프랑스·영국·체코와는 정상회담, 스페인과는 국왕 면담과 경제인 오찬을 각각 가졌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루마니아 정상과는 약식 회동 형태로 만났다. 본행사인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회의, ‘하이라이트’인 한·미·일 정상회담 외에 시간을 쪼개어 양자 일정을 최대한 소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50일 만에 유럽에서의 ‘세일즈 외교’에 뛰어든 것은 거대한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성장 둔화 속에서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28일 마드리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렸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변화의)결과물로 우리가 반사적으로 얻던 혜택이 줄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유럽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다 유럽은 한국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기도 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럽은 전통적으로 설계·소재·장비에 장점이 있고 우리는 최고의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과정에서 한국이 기술강국이라는 인식이 확대돼 우리와의 협력을 요청하는 유럽 현지 기업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주목된다. 두 정상은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가 주최한 환영 갈라 만찬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는데 4분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인사를 건네면서 윤 대통령의 취임과 6·1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했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도 (다음 달 10일)참의원 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나와 참모들은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 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번 만남은 마드리드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한·일 간의 갈등 이슈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미래지향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서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덕담을 나눈 것 만으로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29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공동대응 등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마드리드=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