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엔데믹 희망’ 꺾인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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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소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나정(52) 씨. 최근 단골들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기만 꺾였다. 보통 문자를 보내면 2~3건 정도 단체 주문이 오기 마련인데, ‘미안하다’ ‘다음에 찾아가겠다’는 답밖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 김 씨는 “한 손님은 ‘물가·금리 오르니 소고기는 생각도 안 난다’고 답을 보내왔다. 그게 딱 지금 우리 가게 상황인 것 같아 맥이 탁 풀렸다”며 허탈해했다.

코로나 이후 부활 기대 음식점업
고물가·고금리 ‘협공’에 벼랑 몰려
단골들 ‘다음에 방문’ 답변에 허탈
올해 부산 신규 사업자 폐업 늘어
경영 안정 지원정책 확대 목소리

코로나 엔데믹으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던 부산 지역 음식점들이 최근 고물가와 고금리에 다시 휘청이고 있다.

부산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는 29일 ‘코로나19 이후 부산 음식점업 창·폐업 변화 추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주요 대면 서비스업인 음식점은 코로나19 당시 매출 하락에도 활동 업체는 오히려 증가했다. 창업과 폐업 추이도 2020년 일시적으로 감소했을 뿐 2021년 곧바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 창업과 폐업 수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시장에 신규 진입한 업력 3년 미만 업체의 폐업 비중이 높았다. 2020년 전체 37.4%였던 비중이 올 들어 5월까지 43.7%로 늘었다.

이처럼 부산 음식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건 고물가와 고금리 탓이다. 2020년 기준 부산·경남 음식점업의 매출 대비 식재료 및 인건비 비율은 70.1%다. 전국 평균(66.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밀가루, 기름, 식재료 등이 모두 올라 식재료 및 인건비 비중이 5%포인트 이상 더 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 식당만 봐도 매출은 추락했지만 소고기 가격이 3개월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김 씨는 최근 고육지책으로 한우 외에 수입 소고기도 쓰면서 일부 메뉴 가격을 내렸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2021년 성인의 한 달 평균 외식 비용은 10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1회 평균 외식 비용도 1만 7000원으로 5.6% 줄었다. 지난해까진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자 비용 부담 등으로 가계들이 외식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김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게 나아졌다. 하지만 최근 매출은 지난해 보다도 30% 이상 빠졌다. 가계들이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며 “주변 가게와 이야기를 나눠 보면 ‘손실 보상금이 나오는 대로 가게 접겠다’는 업주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 2022년 3월 기준 전체 사업자 중 음식점 사업자 비중이 9.5%로 전국 평균(8.7%)보다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이후 이어진 고물가, 고금리의 대미지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인다.

부산연구원 김현욱 경제동향분석위원은 “코로나 이후 단골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한 업력 3년 미만 음식점의 폐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전문 컨설팅과 재기 장려금 등을 지원해 소비 위축에 따라 지역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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