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반 지방 반’ 반도체 인력 증원 수도권 쏠림 못 막아
반도체산업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해 국민의힘이 구성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28일 출범했다.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찾은 한미 정상이 사인한 3나노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 연합뉴스
반도체산업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해 국민의힘이 구성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28일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한 지 불과 3주 만의 일이다. 특위 위원장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맡아 정치적 의미까지 더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인재 양성을 특위의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국가적으로 환영해야 할 일인 듯한데, 오히려 비수도권은 신경이 매우 곤두선 모습이다. 특위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빌미로 수도권 규제 완화에 앞장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 지방의 처지에서 본다면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반도체특위 28일 출범,인재 양성 추진
지방 희생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안 돼
특위의 세 가지 정책 방향 중 핵심은 단연 인재 양성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고도화에 가장 중요한 게 인재 양성”이라며 “풀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 소재 대학의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여겨졌다. 정부·여당이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등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경제안보 사항으로 격상된 반도체 산업의 비중을 볼 때 이 같은 관점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 지방이 또 희생된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여당이 연일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의도는 결국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게 지방의 일관된 시각이다. 반도체산업의 기반과 인재 수요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현실적 여건을 빌미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부도 이에 맞춰 내달 대학의 관련 전공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방의 반발을 고려해 일단 비수도권과 수도권 양쪽에 비슷한 규모로 정원을 늘릴 것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기계적인 균형으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인 균형이란 단지 눈속임에 불과할 뿐이다.
반도체산업 육성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수도권에 인력을 증원하는 일은 소멸 중인 지방을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짓이다. 지금 지방은 반도체 인력 증원을 계기로 수도권 팽창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수도권정비계획기본법을 손대지 않을까 매우 긴장하고 있다. 특위가 이 일에 앞장서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수도권보다 먼저 지방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옳다. 지방에서 더 많은 인재가 배출되도록 정부가 지방에 특단의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만 염두에 둔다면 새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