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기상 악화에 어획제한 확대까지… 수산업계 ‘삼중고’
태풍·고유가·TAC 관리어종 추가로 어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일부 대형선망 선단이 조업을 포기하고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한 모습.어업용 면세유 가격이 30만 원을 육박하는 가운데, 어획량의 제한을 받는 어종이 추가되고 기상 상황도 악화되면서 수산업계가 삼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 대형선망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달 어업용 면세유 드럼당(200L) 가격은 지난달 대비 3만 4940원 오른 29만 341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상황이 가장 좋지 않았던 2008년 23만 5000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최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어업용 면세경유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어 어가소득도 감소하는 등 어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면세유 드럼당 30만 원 육박
최근 기상 악화 조업 포기 속출
이달부터 어획량 제한 어종 추가
어업 활동 감소에 공급 부족 우려
고유가에 더해 지난달 하순부터 기상 상황도 악화되면서 일주일 넘게 조업을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배 6척을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선망업계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모두 6척으로 운영되는 대형선망 선단이 하루에 쓰는 기름값은 3000만~4000만 원에 달한다. 대형선망 소속 선단은 기름값과 기상악화 등의 이유로 지난달 22일까지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가, 23일 출항했다. 이 중에서도 17곳 선단 중 3곳은 고유가 등으로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정박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도 너무 좋지 못한 데다가, 조업을 나가려고 해도 기름값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또 태풍이 다음 주 부터 예고돼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와중에 이달부터 TAC(총허용어획량) 대상 어종이 추가되면서 업계는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 TAC은 지속가능한 수산 자원량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어획량을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어획을 허용하는 수산자원 관리제도다. 지난 1일부터 이번 어기에는 참조기, 갈치, 삼치 등 3개 어종이 추가돼 TAC 관리어종은 총 15개로 늘었다. 아울러 대상업종도 근해안강망, 외끌이대형저인망, 서남해구쌍끌이중형저인망 등 3개가 새로 포함돼 총 17개로 확대됐다. 대형선망업계 관계자는 “대형선망은 주로 고등어를 잡지만, 이번에 추가되는 갈치와 삼치도 잡는다. 비록 어획량은 적지만 어획고는 20~30%가량을 차지하는 고가어종이다”고 말했다.
사정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끌이, 쌍끌이, 트롤 어업에서 지난 1일 TAC 관리어종으로 추가된 삼치, 갈치, 참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을 육박한다. 유류비 상승, 기상악화, 어획제한 등이 어업활동 감소로 이어져 수산물 가격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어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어업을 포기하면 결국 공급 부족에 따른 밥상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유류비 지원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