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고에 폭염까지, 여름 나기 더 힘든 취약계층
오랜 경기 침체에다 최근 유례없는 고물가로 겹겹의 고통에 빠진 서민들의 삶이 여름철 날씨 때문에 주름살이 더 깊게 패고 있다. 얼마 전 폭우가 쏟아진 뒤로 전국에 폭염이 덮쳐 3일 부산을 포함해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4호 태풍 ‘에어리’는 북상 경로가 일본 쪽이어서 한반도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그 열기가 유입되면 불볕더위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큰 상황이다. 폭염과 태풍,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여름철 기후에 그러잖아도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정부와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여름철에 취약한 계층을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다.
여름철 이상기후로 재해 점점 늘어
정부와 지자체, 서민 먼저 보호해야
3일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대부분의 지역이 30도를 훨씬 넘는 불볕더위로 펄펄 끓어올랐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3일 오전 11시를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낮 최고기온이 31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6일부터는 장마전선의 활성화로 전국에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더위와 폭우가 반복되는 변화무쌍한 날씨는 지구촌 이상기후와 관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보다 열대야가 빨리 나타난다거나 33도 이상의 폭염일수가 늘어나는 등의 현상도 그와 무관치 않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 등으로 여름철 재난 피해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장마와 태풍, 폭염 같은 여름철 이상기후는 무엇보다 서민들의 삶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골이 휘었는데 금리까지 오르고 밥상 물가에다 공공요금까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는 지금 극에 달해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올랐다고는 하나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삭감이나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를 부정하긴 힘들다.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시름이 깊어 간다. 그런 점에서 여름철 재해는 그러잖아도 팍팍한 삶을 간신히 버티는 취약계층에게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당장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의 쪽방촌만 가 보면 알 수 있다. 34~35도에 달하는 기온에도 부채나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인들의 여름은 가혹하기만 하다. 삶터 곳곳에는 지난 장맛비로 고인 구정물이 남아 있는데 이 역시 흔한 풍경이다.
윤석열 정부와 1일 출범한 민선 8기 지자체가 합심하여 여름 나기에 취약한 이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물가 폭탄’은 물론이고 여름철 재해 위기 앞에서도 이들은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부산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기초생활수급자가 무려 30% 가까이 폭증한 곳이다. 민생고에 더해 혹독한 여름 나기를 겪는 이들 영세민을 보듬는 일에 부산시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공사장 야외 근로자, 고령층 작업자, 독거노인 등에 대한 특별 관리 대책을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 여름철 재해 대비 태세와 예방 대책 마련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