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ESG 경영 외쳐놓고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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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정당은 정권 획득이 첫 번째 목적이고, 기업은 이윤추구가 제1의 덕목이다. 적정한 이윤을 위한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책정된다. 기업활동에 있어서 당연한 얘기들이지만 최근 ‘과도한’ 이익추구와 가격책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정유사와 은행, 골프장 업주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중 영업이익이 회사별로 1조 원 안팎을 올리는 등 초대박 성적을 거뒀다. 올 1분기에 SK이노베이션은 1조 5067억 원, S-오일 1조 3320억 원, GS칼텍스 1조 812억 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 원의 이익을 각각 냈다.

코로나19속 기업들 과도한 이익추구 눈살
정유사·은행·골프장, 상반기 최대 이익
정부 압박에도 ‘눈가리고 아웅’식 대응
기업 사회적 책임 외면…ESG 경영 헛구호?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과거 헐값에 매입해 저유고에 뒀던 기름들이 재미를 본 것이다.

정부는 고유가에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1일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그러고도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이달부터는 30%에서 37%로 비율을 더 높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유가에 제때 반영하지 않으면서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은행들의 폭리도 도마에 올랐다.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1분기 11조 300억 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이 같은 호실적은 2018년 6월 이후 최대폭이다. 금융지주들은 2분기에도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가며 상반기에만 9조 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은 7년여 만의 최대치인 예대금리차와 무관치 않다. 지난 5월 예대금리차는 2.37%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올라 10개월 연속 상승했다. 예대금리차가 7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면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들이 예금주들에게 책정한 금리와 대출 고객들에게 매긴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남기는 데 그 격차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들의 지나진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 등 오해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부분 고정금리만 낮췄을 뿐, 신규 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금리는 오히려 올렸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말 열린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 7000억 원 이상 늘어난다. 급격한 이자 부담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과 자영업자들이 줄도산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금융 그룹들이 고통 분담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나선 데 대해 정부는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예대마진 월별 공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야당은 가산금리 원가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골프가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골프 수요가 급증했다. 골프장들은 이때다 싶어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피, 그늘집 식음료 등 라운딩 관련 비용들을 일제히 올렸다.

이에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골프장의 폭리를 막아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실제 한 민간연구소가 전국 400여 개 골프장의 그린피를 조사한 결과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지난 2년 새 평균 29.4% 올랐다.

관련 민원이 잇따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 안건으로 ‘골프장 이용 합리화와 골프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대중골프장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과도한 이용료, 캐디·카트 강제 이용 등과 관련된 체육시설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기업들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폭리 비난 리스트’에 오른 정유사, 은행, 골프장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서 ESG의 하나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ESG는 기업 마케팅용 구호인 듯하다.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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