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대행 끝낸 경남도정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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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오랜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느슨했던 경남도정이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4일 오전 열린 경남도청 실·국장회의는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과 진지함이 묻어났다. 지난 1일 민선 8기 박완수 도지사 취임 후 첫 회의라,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김경수 전 도지사가 지난해 7월 ‘드루킹’ 사건으로 낙마한 이후 1년 만에 선출직 도지사가 주재하는 회의이기도 했다.

실·국별 업무보고가 끝나자 박 도지사의 업무 지시가 시작됐다. 그는 “도정업무 우선은 도민이고, 수요자인 도민 입장에서 시책을 만들어 행정을 펼쳐야 한다”며 “(도청 내부에서) 모든 것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원팀이 되고, 도민이 기대하는 경남도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팀을 강조한 만큼,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박 도지사는 이어 “도지사실에 간부들뿐 아니라 직원들도 와서 필요한 이야기를 하라”며 “우리가 원팀이 돼 활기 있게 일을 해야 도정이 제대로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치인 출신 도지사들과 달리, 행정가 출신답게 세밀한 업무지시와 요구를 쏟아냈다. 정치인 출신이 자주 언급하던 ‘검토’ 수준이 아니라 ‘지시’와 ‘요구’가 많았다. 이는 그의 행정에 대한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관선 합천군수와 경남도청 국장, 민선 창원시장을 지내는 등 행정의 달인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현안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그는 “출자·출연기관이 많이 늘어났는데, 실무진에서 판단해 기능 통합 등으로 출자·출연기관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진흥원을 투자공사로 바꾼다든지, 필요한 곳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등 인수팀에서 제시했던 내용을 부서별로 판단해 도정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간부 공무원의 ‘일하는 자세’도 지목됐다. 그는 “간부에게 권한을 많이 주는 대신 책임도 동시에 지도록 해 실·국장과 과장 중심의 도정을 운영하겠다”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일방적인 보고 형식이었던 회의가 실무 중심의 실질적인 내용으로 확 바뀐 것이다.

경남도민들은 이날 첫 회의의 긴장감이 임기 내내 유지되는지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그의 도정 슬로건(비전)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이 제자리를 찾고, 결국 모두가 함께 축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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