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리시찬스크를 점령함으로써 루한스크 전역을 점령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돈바스 지역 해방’이었는데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며 목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는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면서 탈환을 공언하고 있다.

BBC방송과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3일(현지시간) 오후 동부 루한스크주(州)의 최후 거점인 리시찬스크를 러시아에 빼앗겼다고 인정했다. 앞서 2일 러시아 국방부는 리시찬스크를 점령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아직 전투가 진행 중이라며 부인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는 “거센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군이 기존에 차지했던 거점과 전선에서 부득불 물러나게 됐다”면서 “포병·항공 전력은 물론, 병력에서도 열세인 까닭에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크라군 최후 항전 리시찬스크
러시아가 점령 동부전선서 우세
침공 명분 ‘돈바스 해방’에 근접
젤렌스키 “전술·무기 보강 재점령”
친러 국가 벨라루스 참전 가능성도

핵심 전략 요충지 리시찬스크를 확보한 러시아군은 이에 따라 루한스크주 전역을 장악하게 됐다. 또 ‘돈바스 해방’이라는 군사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러시아 국방부는 “리시찬스크가 함락된 것은 루한스크를 해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축했다. 리시찬스크는 루한스크 내 우크라이나군이 최후항전을 벌였던 곳이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러시아계 주민을 우크라이나 정부의 탄압으로부터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영국 가디언은 루한스크 전체를 확보한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지역에서도 절반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이 차지한 돈바스 지역은 전체의 약 75%에 이른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는 전술적 후퇴일 뿐이라면서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등 준비가 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전술을 보강하고 현대적 무기를 더 지원받아 복귀해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 등 장사정 병기를 활용,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도 포성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는 우크라이나군이 구축하던 군사기지가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크라이나군도 반격에 나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항구도시 멜리토폴에 설치된 러시아 군사기지에 공습 공격을 감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 가능성을 시사해 새로운 전쟁 변수로 떠올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 독립기념일인 3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국 러시아와 하나로 행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러시아의 ‘특수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대규모의 병력과 무기를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인 벨라루스에 전진 배치한 바 있다. 러시아는 합동 군사훈련이 끝난 후 병력을 철수하는 척 하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