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혹은 가을 ‘휴전설’ 솔솔… 푸틴·젤렌스키는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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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리시찬스크 시내에서 ‘사랑해요 리시찬스크’(I Love Lysychansk)라고 적힌 대형 글자판 앞에서 친러시아 반군 병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군이 사용한 승리 깃발을 들고 있다.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은 전날 루한스크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루한스크 지역을 점령하면서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돈바스 해방’에 한걸음 다가서자 일각에선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하르키우와 키이우 등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러시아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돈바스 이상을 추구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미국 CNN방송은 루한스크 함락이 공식화된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방송에서 기자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러시아가 도네츠크에서까지 승리해 ‘돈바스 해방’ 목표를 달성하면 휴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물론 이 휴전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선포에 응해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러, 루한스크 점령 ‘돈바스 해방’ 눈앞
미 CNN·WP 등 휴전협정 체결 전망
푸틴, 국방장관에 공세 지속 지시
젤렌스키, 영토 탈환 다짐 강력 반발

워싱턴포스트 또한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시기는 올여름이나 가을쯤이 될 것이며, 러시아가 지금까지 장악한 동부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 또 이를 연결하는 동남부 회랑을 ‘넘겨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국경선은 영구적인 합의가 아니며,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곳이 모두 우크라이나 땅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채 블라디미르 푸틴 이후 새로 등장할 러시아 지도부와 영토 회복 협상을 하는 안이라고 오핸런 연구원은 설명했다. 휴전선에 국제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과 양측의 공동 주권·자치구역화 하는 방법 등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루한스크 영토 탈환을 다짐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혀 호응하지 않는 점은 휴전설의 힘을 빼는 대목이다.

반대로,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너머’라는 다음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루한스크 지역을 장악한 직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우크라이나 공세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동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등 군부대는 사전에 승인된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루한스크에서 했던 것처럼, 계속해서 나아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군 우세 지역인 동북부 하르키우 공격을 재개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 2도시로 전쟁 초반 집중 공격을 받았는데, 3월 중단했던 하르키우 점령 시도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 키이우를 향한 미사일 공격 역시 지난달 초 퇴각 38일 만에 재개한 데 이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가 지난 4월 말 밝힌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 후 서진해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화랑을 잇는 계획’도 부인된 바 없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미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최소 1년간 전쟁 준비를 해왔으며, 이 전쟁이 아주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스위스 루가노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8개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유럽연합(EU) 등 14개 국제기구가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재건회의’가 열렸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데 7500억 달러(약 972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 중 3000억(약 389조 원)∼5000억 달러(약 648조 원)는 전 세계에서 동결된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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