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돈 송금·투자 ‘사전 신고제’ 대폭 완화한다
부산에 사는 박 모(38)씨는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출국하기 전 은행에 주택 렌트비 등 정착비용으로 7만 달러 해외송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은행은 금액이 5만 달러 이상인데다 사용목적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박 씨는 1만 달러만 갖고 출국했다. 이후 그의 어머니가 한은 등 관련기관에 11개의 서류를 제출해 대외지급수단매매 신고를 한 뒤 6만 달러를 송금해줬다.
외국환거래법 폐지, 새 법률 제정
경제 위상 맞는 제도 재설계키로
하반기 중 국민제안 공모전 실시
정부가 외국돈을 거래하거나 송금·투자할 때 불편한 사항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 외환법’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화는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외국환거래법을 폐지하고 23년만에 새 외환법을 만들어 복잡한 사전 신고를 없애고 거래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불편한 점을 대폭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5일 ‘신(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우리는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로 순채권국이 된 이후에도 외화유출 억제라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제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철학에 기초해 외환거래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해외송금과 투자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사전에 인지를 못했을 때 중대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일부 거래만 신고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증권사와 같은 비은행권의 외국환 취급범위를 은행권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규제도 대폭 풀기로 했다.
방 차관은 “개인이나 기업이 외환거래를 할 때마다 복잡한 규정에 가로 막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하반기 중 ‘국민제안 공모전’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모아 적극 반영한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