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총리 “국가 부도… 내년에도 곤경 계속”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의 총리가 자국 경제가 파산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곤경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스리랑카 언론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사진) 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한때 번창했던 나라가 올해 깊은 불황에 빠질 것이고 연료, 식품, 의약품의 극심한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내년에도 곤경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진행 중인 구제금융 협상에 대해 “이제 우리는 파산한 국가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8월 말까지 채무 재조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IMF와의 협상에서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4월 약 120억 달러(약 15조 7000억 원)의 대외 채무 지급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말까지 거의 210억 달러(약 27조 4000억 원)를 여전히 갚아야한다”고 말했다. IMF는 스리랑카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채무를 줄여야 하고 광범위한 세제 개혁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4월 12일 IMF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고, 지난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지난 5월 초 총리에 취임한 후 재무장관까지 겸임하면서 국가 경제 회복의 ‘구원 투수’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외화 부족으로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수입도 사실상 중단됐으며, 종이가 없어 시험을 연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이 과정에서 숨진 이들도 나왔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