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이 돼 버린 총기난사… ‘총격’에 빠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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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독립기념일 축제가 무차별 총기난사로 얼룩지면서 또 한번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의 한 주지사는 총기난사를 ‘미국 특유의 감염병’이라 칭하며 “대규모 총격사건은 매주 발생하는 미국의 전통이 됐다”고 개탄했다.

4일 시카고 교외 하이랜드파크에서는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거리행진 도중 무차별 총기난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유력한 용의자는 범행 직후 여장을 했던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E 크리모 3세다. 독립기념일을 피로 물들인 사건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5일 NBC시카고에 따르면, 시카고 시내에서만 독립기념일 연휴기간 최소 72명이 총탄에 맞았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교외 지역인 하이랜드파크 총기난사는 이 집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독립기념일 축제 연휴 기간
10여 도시서 사망 19명 발생
4명 이상 사상만 올해 314건
인종·지역 불문 안전지대 없어
예방 소홀 바이든 정부에 불만

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둘 다 각각 1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미술관 근처에서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붐아일랜드파크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워싱턴주, 버지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텍사스주, 뉴욕시 등에서도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총격사건이 발생해 10여 개 도시에서, 19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 4명 이상이 사상한 총기난사는 올해말 벌써 314건에 이른다.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미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참사인, 21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기난사(5월 24일) 이후로도 100건 이상의 총기난사가 추가로 더 발생했다. 이에 대해 WP는 “올해 날마다 평균 한 건 이상의 총기난사가 발생했다”며 “한주에 총기난사가 4건 미만인 주가 없었다”고 집계했다.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미국 총기난사로 인한 사망자는 343명, 부상자는 1391명이었다.

통상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총기난사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총격이 있었던 하이랜드파크의 경우 주민 평균 소득이 연간 15만 달러(약 2억 원)에 달하고, 90%에 가까운 주민이 백인이다. 이에 따라, 총기난사에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이 미국에서 더 확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총격사건의 경우 범인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젊은 백인 남성이라는 점, 범행에 AR-15 스타일의 돌격소총이 사용됐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유밸디 총기난사 사건 이후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나마 18~21세 총기 구입자에 대한 신원조회와 정신건강 점검은 강화됐지만, 대형 총기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된 돌격소총과 대용량 탄창의 판매 금지는 공화당 등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총기난사는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J.B.프리츠커(민주) 일리노이 주지사는 총기난사를 미국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하며 “대형 총기사건이 일주일마다 치르는 전통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는 총기난사가 줄어들 기색이 없자, 민주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과 지지층에서 “바이든 정부가 총격사건 예방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총기규제 단체 ‘기퍼즈’의 로빈 로이드는 바이든 정부가 총기폭력만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총기폭력 예방에 더 힘을 쏟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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