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협동조합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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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사회의 근간을 이룬 농촌을 대표하는 문화로 두레와 계(契)가 있다. 두레는 농민들이 농번기에 혼자선 힘든 모내기와 추수 등 농사일을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마을 단위 조직이다. 농민들은 공동 작업 과정에서 다양한 놀이를 즐겨 농악, 줄다리기, 홰싸움 등 전통문화의 전승에도 기여했다. 계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회원을 모아 공동 출자한 뒤 계원 간 평등의 원칙 아래 돈을 나누는 것이다.

두레가 전국적으로 보급된 건 조선 후기로 추정된다. 계의 역사는 삼국시대보다 앞선 삼한(韓)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미풍양속은 선조들이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애쓴 생활의 지혜다. 두레는 오늘날 생산자협동조합의 시초라고 하겠다. 계는 현재 신용협동조합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민간 협동체다.

우리나라는 협동하는 공동체 구축에 힘쓴 조상의 삶이나 근대식 협동조합이 탄생한 유럽과 달리 협동조합이 제대로 뿌리내린 역사가 일천하다. 2012년에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이는 5인 이상 조합원만 있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경제 행위를 할 수 있게 한 법률.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에 급급한 기업 법인과 다르게 연대와 협력의 상생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대안 경제 성격을 가진 사업체다.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 공동 소유와 1인 1표제, 공익 추구 등이 특징인 새로운 기업 모델이다. 최근에는 취약계층 지원 등 공헌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회적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법 시행 10년 만에 협동조합은 부산 1030개, 전국 2만 3000여 개로 늘어났다.

부산협동조합협회는 지난 5일 ‘10주년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을 갖고 단합과 도약을 다짐했다. 부산 전체 기업의 80%를 차지하는 소상공인 기업과 중소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복합적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협동조합을 통해 더욱 상생·협력하며 돌파하고, 협동조합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다. “작은 물고기도 군집을 이루면 큰 고래와 상대할 힘이 생긴다.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가 힘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종사자들의 말대로 수많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뭉쳐서 활력을 되찾아 부산경제와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바란다. 나아가 부산에서 썬키스트 같은 글로벌 협동조합으로 성장하는 곳이 나오길 기대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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