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 내 원전 절반 중단" 부른 핵폐기장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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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에너지 내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키우기로 했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기존 원전 10기의 계속운전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원전 발전 비중을 지난해 27.4%에서 2030년까지 30% 이상 확대를 의결했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정책에 따라 원전 발전량이 늘어나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2031년 고리·한빛원전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할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이 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지 못하면 어떤 경우라도 원전을 세울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로 확대
부지 선정·건설 시기 등 특별법 시급

이런 시점에서 6일 한국원자력협회가 주관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포럼’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 부족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 같은 상황”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날 포럼에서 원자력 산업계의 97.5%가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 미확보 시 10년 이내에 국내 원전 절반 이상 가동 중지 위기에 이른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포럼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증가에 대비해 최종처분장 부지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영구처분시설 확보는 1978년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를 설립한 이후 반세기 가까이 역대 정권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난제다. 특히, 총 9기의 원자로가 밀집한 고리원전 반경 30km 내에 382만 명이 거주하는 부산·울산으로서는 생존권이 걸린 첨예한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핵심 현안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관련 문제를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 건너 불처럼 이 문제를 방치한 서울의 중앙정부도 문제지만, 나 몰라라 외면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원전 정상 가동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처럼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어떤 경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칫 영구처리장 대책이 막연한 상태에서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짓고 폐핵연료봉 더미를 쌓으면 그 위험성과 감내해야 할 지역의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마침 새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 특별법’ 제정과 국무총리 산하 전담 조직 신설이란 방안을 냈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선결 조건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 계획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 정치적 손실과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주민 협의와 공론화,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건설 시기와 부지 선정, 지원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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