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무섭네… 1분기 중산층 ‘실질소득’ 감소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명목소득이 있고 실질소득이 나뉘는데, 명목소득이 늘어난 비율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으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분기 특별시와 광역시를 포함한 ‘도시에 거주하는 근로자 가구’ 중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2~4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줄었다. 가구는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에서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까지로 분류된다.
도시근로 가구 월 평균 명목소득
571만 원… 1년 전보다 6.4%↑
물가 고려 실질소득 2.5% 증가 그쳐
2~4분위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
상·하위 20% 가구만 증가 ‘대비’
2분위 가구의 실질소득(311만 107원)은 1.6% 감소했다. 3분위도 실질소득(444만 7991원)이 1.0%, 4분위 실질소득(614만 1011원)도 2.8% 각각 감소했다. 다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실질소득이 178만 5870원으로 0.9% 증가했고 상위 20%인 5분위 실질소득(1162만 6826원)은 8.6% 늘어났다.
아울러 세금 등 필수 지출을 빼고 계산하는 실질 가처분소득(한 가정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쓸 수 있는 소득)도 2분위(-1.9%) 3분위(-2.4%) 4분위(-3.2%)가 일제히 줄었다.
실질소득이 줄어든 2~4분위 가정의 명목소득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명목소득은 쉽게 말하면 월급명세서에 찍힌 소득을 말한다. 2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320만 6769원→327만 6497원으로 늘어났고 3분위와 4분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2~4분위 가정의 명목 소득은 늘었으나 실질소득이 줄어든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 1년간 5% 물가가 올랐다면 실질소득은 그만큼 줄어든다. 정부 지원을 주로 받는 1분위나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는 실질소득이 늘었지만, 주로 근로소득에 의지하는 중산층 근로자 가구는 물가 상승의 타격을 그대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명목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늘지 않으면 실질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심각하다보니, 2~4분위 실질소득은 더욱 더 감소할 우려가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1분기보다 2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2분기보다 5.4% 상승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는 6.0%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구나 한은은 당분간 이 같은 높은 물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편 '도시에 거주하는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명목소득은 571만 4309원으로, 1년 전(537만 153원)보다 6.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이 기간 동안 529만 1312원→542만 4119원으로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