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원장 사퇴 수순… 윤 정부 ‘문재인 색깔 빼기’ 빨라지나
자치분권위원회 김순은(왼쪽) 위원장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자치분권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대통령 직속 위원장, 국책 기관장 등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이 이어지면서 해당 인사들이 잇따라 거취를 정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색깔 빼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6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적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사실상 사퇴 수순에 들어갔다.
여권 사퇴 압박 받은 홍장표 원장
“중립성 훼손… 남을 이유 없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도 물러나
균형발전위원장 거취에 영향 줄 듯
홍 원장은 이날 발표한 ‘총리 말씀에 대한 입장문’에서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다름은 인정될 수 없다면서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런 발언은 연구의 중립성과 법 취지를 훼손시키는 부적절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께서 저의 거취에 관해 언급하실 무렵 감사원이 KDI에 통보한 이례적인 조치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감사원은 KDI에 내부 규정이나 예산, 연구사업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홍 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한 것이다.
홍 원장은 “정권이 바뀌고 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KDI와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 보고서가 달라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연구기관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넘어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뀌어야지.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홍 원장에 대해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의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DI 원장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의 김순은 위원장과 소순창 부위원장이 6일 퇴임식을 갖고 동시에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2019년 5월부터 위원장을 맡아왔는데 올해 1월 재위촉되면서 임기는 2024년 1월 22일까지이며, 소 부위원장의 임기는 2023년 10월 14일까지이다.
두 사람의 사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의 통합을 추진하는 대통령실의 방침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거취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인데 “임기를 채우겠다”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이 다소 변했다는 것이 균발위 관계자들이 전언이다.
앞으로도 여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공기업 경영진 등에 대한 공개적인 사퇴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