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행 시작”… 방역 당국, 60세 이상 4차 접종 검토
코로나 확산세 ‘더블링’ 현실화
최근까지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재유행의 본격화를 이달 말로 예상했다. 지난달 하순 유행 감소세가 바닥을 찍은 뒤 당분간 확진 규모가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정체기는 없이 곧바로 확산세가 시작됐고 전파 속도도 ‘더블링’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미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 되었다.
정체기 없이 전파 속도 빨라져
일상 회복에 이동량 증가 영향
당국, 중증 병상 확보에도 주력
“의료·방역 대응체계 즉시 준비”
■무엇이 유행을 앞당기나
올 3월 중순 정점을 찍고 꾸준했던 코로나19 감소세가 순식간에 빠른 속도의 확산세로 전환된 것은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이동량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부산의 연령대별 확진 비중은 20대(20.7%), 30대(16.6%), 10대(14.1%), 40대(13.7%) 순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연령대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단계적 일상 회복이 감염 확산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 BA.5의 빠른 확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주 BA.5 변이 검출률은 24.1%로, 일주일 전 7.5%에서 3배 넘게 높아졌다. BA.5는 기존 우세종보다 전파력이 세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져,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 경과에 따른 백신 접종 효능 저하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국민 상당수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에 추가 접종이나 3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 효능은 접종 3개월 이상이 되면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현재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력은 크게 저하됐을 것으로 보인다. 감염으로 취득된 자가면역력도 약화되고 있다. 기존 확진자 중 대부분이 지난해 말부터 올 3월 사이에 확진됐고, 이들의 자가면역력도 3개월 이상 경과됐기 때문이다.
감염 상황은 상당 기간 악화될 수밖에 없다. 방역 제제를 다시 강화하기 어렵고, 휴가철이 시작되면 이동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A.5 변이 비중은 더 높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과 자가면역력은 더 효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염 확산에 매우 유리한 조건들이 모두 갖춰져 있는 셈이다.
■비상 걸린 방역
예상보다 빠른 확산세에 방역 당국의 긴장감도 올라가고 있다. 전국민 4차 접종 실시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4차 접종은 60세 이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감염 확산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명백하지만, 국민적 피로감이 높고 BA.5변이에 대한 효과 논란이 있어 방역 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상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 중증 병상은 최대 2825개 운영됐으나, 현재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469개로 줄었다. 정부는 7개 권역별 병상 공동활용 체계를 마련해 하루 20만 명이 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코로나19 검사와 대면진료, 치료제 처방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6206곳의 의료기관을 ‘원스톱 진료기관’으로 지정했는데, 방역 당국은 앞으로 1만 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에는 925개 의료기관에서 호흡기환자 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437개소가 원스톱 진료기관이다.
정부는 응급실 관련해 음압 격리병상이 꽉 차면 일반 격리병상에서도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이달 중 ‘감염병 유행시 응급실 운영 권고안’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는 중증 병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응급실 일부가 문을 닫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병상 확보, 방역 점검 강화를 통해 의료와 방역 대응체계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