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루탄 실명 사건’ ‘국민보도연맹 사건’… “국가 차원 사과·배상해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1980년대 부산대학교 시국 집회에서 발생한 ‘대학생 최루탄 실명 사건’과 6·25전쟁 당시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에 대해 국가 차원의 사과와 배상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6일 진실화해위는 “1980년대 대학생 최루탄 실명 피해 사건과 6·25전쟁 때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 권고 조치
“정 씨 부상, 경찰 가해로 확인”
“위령 사업 지원 방안 수립을”
최루탄 실명 사건은 1986년 11월 7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시국 집회에 참석한 당시 동의대 학생 정 모 씨가 경찰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사된 최루탄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사건 이후 1987년 5월 22일 경찰이 작성한 ‘최루탄 피해 민원 사건 처리를 위한 기안문’과 ‘민원 사건 처리 결과 통지문’ 등 자료상에는 정 씨가 최루탄으로 부상당한 것은 인정하나 보상 문제는 경찰관 소관이 아니어서 내사종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산경찰국의 내사 사건 수사기록과 피해자와 관련인 진술 등을 통해 정 씨의 부상이 경찰 최루탄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주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7월 초부터 9월 초 사이 경주 지역에서 비무장 민간인 29명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희생자는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20∼30대 남성이었고, 10대 2명과 여성 1명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경주경찰서와 육군정보국 소속 미군 방첩대(CIC) 경주지구 파견대가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희생자 유족들은 1960년 유족회를 결성하고 정부에 진실규명을 촉구했으나, 1961년 군사 쿠데타 이후 유족회 핵심 간부 등이 혁명재판에 회부되면서 유족회 활동이 중단됐다.
진실화해위는 군과 경찰이 비무장·무저항 민간인들을 잡아들여 법적 근거와 절차도 없이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5일 제36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령비 건립 등 위령 사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경주 국민보도연맹사건은 앞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5·16 쿠데타 이후 탄압까지 받은 만큼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최루탄 실명 사건 또한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한 집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가 발생한 만큼 국가는 정 씨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는 등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곽진석 기자 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