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마하트마 간디가 히틀러에게 보낸 편지는…
우편함 속 세계사 /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난 3000년 동안 편지는 오늘날의 신문, 전화, 라디오, 이메일, 문자메시지, 블로그를 모두 합쳐 놓은 것과 같았다.
편지 쓰기가 예술이자 삶의 도구로서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사람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엎드리거나 책상 앞에 앉아 연필심에 침을, 손가락에 잉크를 묻혀 가며 강박적으로 글월을 써 내려갔다.
<우편함 속 세계사>는 그러한 서신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편지 129통을 소개한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부터 미국, 아프리카, 인도, 중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뛰어넘는 수집 능력을 저자는 보여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편지 중에는 종이에 기록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찰흙판 위에 쓴 쐐기문자는 물론 파피루스, 양피지 등에 적은 편지들도 만날 수 있다.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의 편지들 속에는 내밀한 사랑 얘기도 있고, 인류 역사를 움직인 역동적인 내용도 나온다.
1940년 마하트마 간디가 히틀러에 보낸 편지는 놀랍다. 저자는 이를 두고 “천사 같은 경건함과 악마 같은 사악함의 궁극적 충돌을 보여준다”라고 표현한다. 간디는 “통치자들은 우리의 땅과 몸을 가질 수 있을지언정 우리 영혼은 갖지 못할 것이오”라며 평화를 호소하지만, 히틀러는 끝내 답장하지 않았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하는 이는 수백만 명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지만, 한 사람에게 한 장의 편지를 쓰는 이는 전혀 외롭지 않다. 이 편지 모음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 가교의 흔적이다. 당신도 그 다리를 놓고 싶지 않은가.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최안나 옮김/시공사/448쪽/2만 3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