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는 현대 과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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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 폴 데이비스

‘다중우주는 한 우주의 신비스러운 특이점 기원 문제를 비켜 간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인 생각이지만, 골치 아픈 철학적 쟁점이 딸려 있다. 만약 정말로 우주의 수가 무한하다면 우리 자신의 우주와 모든 측면에서 동일한 우주가 저 바깥에 존재할 것이다. 사실, 복제본은 무한히 존재할 것이다.’

<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는 현대 물리학의 거장인 폴 데이비스가 50년이란 세월 동안 우주를 탐구하면서 떠올린 30가지의 주제를 간결한 언어로 정리한 우주 안내서다. ‘밤은 왜 어두운가’ ‘우주는 어떤 모양일까’ ‘시간 여행은 가능한가’ ‘얼마나 많은 우주가 존재하는가’ 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룬다.

우주 팽창 가속하는 반중력이기 때문
일상적 비유 통해 우주 법칙 쉽게 전달


“많은 사람이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우주 공간에 우리밖에 없을까’ 같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자주 합니다. 나는 이러한 질문의 답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일반 독자에게 쉽고 빠르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우주론까지, 인간이 우주 공간을 이해한 역사를 빠르게 훑는다. 코페르니쿠스 혁명 이후 빅뱅 이론과 우주배경복사, 허블 망원경, 일반상대성이론, 중력파 등 인간의 인식을 확장한 요소들을 소개한다.

‘지능과 목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입자들의 모임이 어떻게 의식을 갖추고 생각하는 존재, 즉 그들 자신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었는가?’ 저자는 거대한 우주를 다루면서도 수식이나 공식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 대신 일상적 비유로 우주 법칙을 설명한다. 예컨대 우주 전체에 통용되는 물리법칙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거나, 중력렌즈를 호텔 객실 문에 달려 있는 어안렌즈에 비유하는 식으로 알기쉽게 알려준다.

특히 저자는 과학이 아직 완전히 답하지 못한 질문을 집대성하고, 최첨단 우주론을 유쾌하고도 신선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암흑에너지를 우리 과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밝힌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반중력을 일컫는데 우주의 광대한 빈 공간을 원천으로 삼는 이 에너지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인류가 완전한 우주 법칙에 한발 더 다가가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다중우주 이른바 멀티버스도 다룬다. 데이비스는 어떤 과학적 논리로 다중우주 이론이 등장했으며, 다중우주가 왜 우리의 복제본이 무한히 존재함을 상정하는지 설명한다. 우주에 생명체가 정말 우리 밖에 없는지를 논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외계 탐사선과 조우한다면 생물학적 유기체보다는 로봇을 만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견해다.

폴 데이비스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비욘드 연구소(Beyond Center)를 이끌며 우주론, 양자장 이론, 우주 생물학을 아우르는 과학의 근본 개념을 탐구하고 있다.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시간의 본질, 블랙홀 등 다양한 주제로 200편이 넘는 연구 논문과 27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폴 데이비스 지음/박초월 옮김/반니/236쪽/1만 6800원. 천영철 기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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