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도로 오가는 화물차 무서워 못 살겠다”
“매일 큰 차들하고 같이 지나다녀야 하는데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요”
5일 오전 11시께 부산 강서구 송정동 송정마을.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폭 6m의 좁은 도로 사이로 대형 화물차와 주민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도로포장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화물차가 지나갈 때마다 땅에서는 진동이 강하게 울렸고 흙먼지가 발생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먼지를 막기 위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었다.
강서구 송정마을 주민 민원 제기
마을 입구에 조성된 ‘컨’ 야적장
하루 100~150대 대형 화물차 출입
교통사고 우려에 흙먼지 피해도
구청 “업체와 해결책 논의 예정”
부산 강서구의 한 마을입구에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야적장이 운영돼 주민들이 안전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업체 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주민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들은 이전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강서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송정마을 입구에서 1만 7500㎡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야적장은 중구에 본사를 둔 한 물류업체가 조성한 것으로 일일 평균 100~150대가량의 화물차가 드나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와 먼지, 소음 등을 우려하며 야적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민 15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강서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마을주민 최태숙(77) 씨는 “집 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하루종일 쿵쿵쿵하는 소리가 들려 멀미가 날 정도”라면서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화물차가 드나드는 야적장이 웬 말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63) 씨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화물차와 사고가 날 것을 걱정해 마을 길을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운이 좋아서 사고가 안 난 것이지 위험해서 살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예전부터 강서구청에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구청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청 측은 컨테이너 야적장은 녹지에 설치하는 경우에만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해 이전 조치 등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뒤늦게 업체 측과 상의해 도로 파손과 먼지 발생 부분에 대한 대책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화물차가 계속 사용하는 탓에 도로가 손상된 부분에 대해 재포장하는 방안과 먼지 발생을 줄이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민원해소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업체 측에도 민원을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야적장 조성은 적법한 절차로 이뤄진 것이라며 사업 시작부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입장 차이를 좁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야적장 입구에 임시로 야자 매트를 설치했다.
업체 관계자는 “야적장 운영 초기부터 주민 민원이 있어 회사 차원에서 간담회를 갖는 등 계속 대응해왔다”면서 “주민들이 불만을 느끼는 사항에 대해 주민대표 등과 만나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