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발신을 ‘010’으로 바꾼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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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등 해외에서 발신된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며 해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범죄를 도운 조직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변작 중계소를 야산이나 건물 외벽에 소규모로 설치하거나, 가방이나 차량에 이동형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은밀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발신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둔갑시키는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73명으로부터 총 32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A(29) 씨 등 50명을 검거하고, 이 중 37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부산경찰, 50명 검거 37명 구속
해외 거점 15개 조직 지령 받고
전화번호 ‘변작 중계소’ 운영
단속 강화 후 범행 수법 더 치밀
가방 등 이동형으로 설치하기도

경찰에 검거된 이들은 모두 국내에서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는 점조직의 구성원으로, 중국 등 해외에 거점을 둔 15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전화번호를 바꿔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작 중계소 운영 점조직들은 타인 명의의 유심 카드와 휴대전화기를 구비한 뒤 모텔과 원룸 등에 변작 중계기를 ‘고정형’으로 설치하거나 차량이나 가방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이동형’ 방식으로 변작 중계소를 운영했다. 변작 중계소는 중국 등 해외에서 발신한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이는 범행 대상자들이 070 번호는 광고·홍보 전화로 알고 잘 받지 않지만, 010 전화는 잘 받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면서 변작 중계소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국내 변작 중계소 조직 운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으며, 경찰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에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 변작 중계소 조직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의 추적에 국내 변작 중계소 운영 조직들의 범행 수법도 점차 치밀하고 은밀해지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에 검거된 변작 중계소 운영 조직 중에는 모텔에 총 350대의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곳도 있었지만, 3~4대 정도의 소규모 변작 중계소도 적지 않았다. 또 야산이나 건물 외벽에 변작 중계소를 설치하거나, 가방이나 차량에 변작 중계소를 둬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한 사례도 다수였다.

변작 중계소 운영 조직은 ‘고수익 알바’ ‘통신장비 관리 업무’ 등의 제목으로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 글을 남겨 조직원들을 모집했다. 변작 중계소 운영자들은 변작 중계기 한 대당 일주일에 5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변작 중계소 운영 조직들의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으로 50대 B 씨는 자녀 사칭 보이스피싱에 속아 비트코인 5억 7000만 원 상당을 잃었으며, 60대 C 씨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준다는 꾐에 속아 7300만 원을 빼앗겼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박무길 강력5팀장은 “‘공유기 설치·관리’ ‘스마트폰 관리 업무’ ‘서버 관리인 모집’ 등의 명목으로 제안하는 고액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루돼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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