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노조 파업에 사장까지 나서 “작업장 복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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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박두선(가운데) 대표이사 사장과 현장 관리자, 협력사 대표들이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사업장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긴 불황의 터널 끝에 찾아온 수주 호황으로 모처럼 신바람을 내던 대우조선해양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불안한 국제 정세에 인력난까지 겹친 상황에 협력사 노동자 파업 장기화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은 6일 자 담화문을 통해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7일 기자회견을 자청, 불법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협력사 노조 파업에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공개석상에서 고충을 토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달 넘긴 거통고하청지회 파업
생산 차질로 손실 눈덩이 불어나
지회 “임금 인상 아닌 정상화” 주장
박두선 대표이사, 비상 경영 선언
협력사 파업엔 고충 공개적 토로

대우조선해양은 작년에만 1조 7000억 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용 후판 등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해양공사 관련 분쟁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까지 발생한 탓이다. 올 1분기에도 47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수주가 살아나면서 반등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분기 만에 연간 목표 절반을 채우며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하청지회)’의 1번 독 점거로 인한 피해가 임계점에 닿았다.

거통고하청지회에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22곳 노동자 400여 명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다. 1월부터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지급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등을 요구하며 소속사와 개별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같은 달 21일부터 노동자 6명이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 탱크톱(원유 저장 시설) 난간에 올라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노동자 1명은 탱크톱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직접 만든 철 구조물에 들어가 ‘옥쇄파업’ 중이다.

쟁점 중 하나인 임금 안에 대해 하청지회는 ‘인상이 아닌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불황을 핑계로 깎인 임금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감내한 고통을 생각하면 결코 거창한 요구가 아니다. 생존 임금”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사 측은 비현실적인 요구이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하청 노동자 98%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7.2%의 임금 인상에 대한 근로계약을 마쳤기 때문이다.

하청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11월 인도를 앞둔 선박 진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진수는 완성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작업이다. 건조 막바지 단계로 내부 마감 등 잔여 작업 후 시운전을 거쳐 선주사에 인도한다.

현재 1번 독에서 건조 중인 선박은 모두 4척이다. 그러나 1호선 진수가 중단되면서 나머지 선박 공정까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진수가 하루 늦어지면 매출 260억 원, 고정비 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하루 320억 원 상당을 허비하는 셈이다. 여기에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선주사에 지체 보상금까지 물어야 한다.

그런데 3주째 진수를 못 하고 있다. 누적 손실만 4000억 원을 넘었다. 게다가 선·후행 공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건조 작업 특성상 파업이 장기화하면 나머지 작업장 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두선 사장은 “이대로는 10만여 노동자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면서 “하루속히 작업장에 복귀해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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