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촬영 회복세 뚜렷, 인프라 확충 나설 때다
국내외 영화·영상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부산의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사진은 부산시가 기장군에 건립하려는 부산종합촬영소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이 거의 모든 산업을 위축시킨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영상물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오래전부터 ‘영화 도시’를 지향하며 영화 산업 육성에 노력해 온 부산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올 상반기 부산영상위원회의 촬영 지원을 통해 부산에서 촬영이 이뤄진 영화와 영상물은 각각 11편, 46편(총 57편)이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상반기 42편, 지난해 같은 기간 51편보다 늘어난 것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마저 보인다. 코로나 사태 첫해인 2020년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급격히 위축됐던 부산의 촬영·제작 상황이 뚜렷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영화·영상물 늘어
종합촬영소 건립해 커진 시장 잡아야
올 들어 특히 두드러진 부산 촬영 영화·영상물의 증가세는 거리 두기 완화와 극장 관객 증가로 장편영화 촬영이 많아진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57편의 부산 촬영물 가운데 장편영화 비중이 늘면서 총 촬영 일수는 319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2% 증가했다. 부산이 촬영 도시로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부산영상위의 지원 노력과 함께 우수한 자연적·사회적 환경이 꼽힌다. 산과 강, 바다가 있고 근현대 문화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곳이어서 모든 장르의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박찬욱 감독이 “부산에서 촬영한 덕분에 이야기를 더 잘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고무적인 부산 영화·영상물 촬영의 회복세는 촬영 인프라의 확충이라는 대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 있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올 상반기 유치 작품과 촬영 일수 모두 지난해 동기보다 증가했으며, 이미 연말까지 대여 일정이 꽉 찬 상태라고 한다. 이 시설의 한정된 공간으로는 늘어나는 촬영·제작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추가 스튜디오 건립, 오픈 세트 유치 등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다. 최근 국내외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영상 콘텐츠 산업이 활기를 띠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는 영상물 촬영·제작 여건이 아닐 수 없다.
해답은 일찌감치 나와 있다. 부산이 10년 넘게 촉구 중인 종합촬영소 건립이 바로 그것이다. 4월 26일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종합촬영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종합촬영소를 기장에 조성한다는 내용 등이다. 두 기관은 이 사업이 더는 해결하지 못한 숙원에 그치지 않도록 재원 확보와 조기 착공에 적극 힘쓸 일이다. 실내와 야외 촬영은 물론 후반작업이 가능한 종합촬영소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촬영·제작이 활성화할 때 부산은 명실상부한 ‘영화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영화계가 촬영 지원을 넘어 지역 경제에 큰 수익과 고용창출 효과를 안기며 효자 노릇을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