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대우조선 “출자하겠다”…거제 해양플랜트산단, 회생 희망가
환경단체 반대 등 지역 여론 변수
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들어설 거제시 사등면 앞바다. 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 제공
‘기사회생이냐, 백지화냐.’
경남 거제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가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사업 정상화 마지노선인 ‘환경영향평가 유효 기한 만료’(부산일보 6월 20일 자 11면 등 보도)를 목전에 두고 대기업 참여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면서 국토교통부가 승인 검토에 착수했다. 덩달아 지역 내 찬반 논란도 가열돼, 어떻게 결론 나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4일 거제시와 국토부에 따르면, 그동안 사업 참여를 머뭇거리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출자확약서’와 ‘출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는 앞서 국토부가 승인 조건 중 하나로 요구한 ‘대기업 참여’에 대한 회신이다. 이제야 승인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 셈이다.
관건은 환경영향평가 ‘실효’ 기간을 맞출 수 있느냐다. 대규모 바다 매립이 필요한 산단 조성은 환경영향평가가 필수다. 관련 법은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사업계획 등을 확정한 후 5년 내 사업을 착공하지 아니한 경우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산단은 2017년 7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마쳤다. 만료 시한은 오는 17일이다. 이를 넘기면 효력이 사라진다. 국토부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승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필요 조건이 충족되면 검토하고,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승인하게 된다”면서 “기존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실효라고 결정하면 (산단 계획도)승인 못한다”고 했다. 실효 전 승인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검토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사업의 성패를 가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지역 내 여론전도 한층 치열하다.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 등은 공동 의견서를 통해 ‘불승인’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업성은 없고 환경훼손만 우려돼 지난 6년간 폐기돼 온 사업을 정권 교체와 환경영향평가 실효를 앞두고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대 조선소가 제출한 확약서·의향서에 대해 “진실한 필요성 때문이 아닌 정권 눈치 보기라는 의심이 강하다”며 “산단 승인 명분을 위한 청부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매립 승인을 받은 사업도 방치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하동 갈사만 산단 투자 실패로 지자체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만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해 현실적으로 투자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 그동안 ‘잘 꾸며진 서류’만 보고 무분별하게 산단을 승인해 자연만 파괴하고 방치된 곳이 부지기수”라며 “아름다운 거제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절대 승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대규모 매립반대 집회을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이다.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사등면 앞바다 301만㎡를 매립할 계획이다. 추정 사업비는 1조 7340억 원이다.
거제시는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했지만 조선업 장기 불황에다 때마침 불거진 조선 빅3 해양플랜트 부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시장 경쟁력 약화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2017년 2월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 심의를 통과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남은 건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심사. 그해 말 진행된 서면 심사에서 민간위원 22명 중 21명(5명 조건부)이 찬성 의견을 냈지만, 국토부가 반대했다. 국토부는 ‘대기업 출자 참여 및 자금조달계획’, ‘실수요기업 분양대금 납입 확약서’ 제출 등 보완을 요구했다. 100% 민자 사업인 만큼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표류 중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