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기업은 모른다는 ‘블록체인 특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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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DB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DB

서울의 블록체인 업체 2곳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키로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주)온더와 (주)펀디언트홀딩스가 그곳으로,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부산시와 본사 이전·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업체들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블록체인 벤처컨벤션에 입주할 예정인 이 업체들에게는 최대 3년간 사무·협력 공간을 비롯해 교육과 멘토링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지원된다고 한다. 두 업체의 부산 이전은 블록체인 특구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온전한 블록체인 업체 하나 갖지 못했던 부산으로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씁쓸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3년 전 특구 지정, 홍보 안 돼

말의 성찬 대신 절치부심 필요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시는 블록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함으로써 부산이 블록체인 기업에게는 약속의 땅이 될 것이라 공언해 왔다. 그 방법으로 대규모 역외 기업의 본사 이전과 투자 유치를 제시했고, 이후 지난해 11월, 올해 2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등에 위치한 20여 개 블록체인 업체의 본사를 부산에 유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가 ‘유치했다’고 밝힌 부분은 기껏해야 양해각서 등을 주고받은 수준이었다. 그 결과 지난달까지 본사 이전이 실제로 이뤄진 업체는 한 곳도 없다가 이제야 겨우 2개 업체의 본사 이전을 이끌어 냈을 뿐이다. 시의 당초 공언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과인 셈이다.

그동안 시가 블록체인 업체 본사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나 효과적인 전략은 없이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는데, 13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뜻밖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전국 465개 블록체인 업체에게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무려 70%에 이르는 업체들이 “전혀 알지 못한다”거나 “이름만 들어 봤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게 2019년 8월의 일인데, 그 사실이 그동안 국내 대다수 블록체인 업체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충격적이다. 이러고서도 전국의 블록체인 업체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호언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시가 블록체인 특구로서 부산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구에 대한 홍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형편에서 블록체인 업체 본사 유치는 언감생심이다. 안 그래도 올해 발굴해 정부에 신청한 추가 특구 사업 6개가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 심사에서 모조리 탈락하는 등 시의 안일한 대응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박 시장은 부산을 ‘블록체인 글로벌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종종 밝혔다. 그러나 실제 업체와 인력이 모여들 수 있는 블록체인 특유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요원한 꿈일 뿐이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절치부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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