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할 때 가장 행복" 발달장애 마림비스트 심영건 씨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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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 예술대학 출신
'제이아트앙상블' 단원
오는 19일 부산 무대에

지적 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제이아트앙상블'의 심영건 마림비스트는 지적 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제이아트앙상블'의 심영건 마림비스트는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예술단체 ‘제이아트앙상블’이 오는 19일 부산에서 공연을 연다. 이 중 마림바를 맡고 있는 심영건 씨는 고신대 음악대학 기악과를 졸업한 부산 출신 연주자다. 그는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아부다비 페스티벌’ 때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발달 장애인 스포츠 문화예술 기관) 앙상블 초청 공연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씨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12일 금정구의 한 교회 카페에서 심 씨를 만났다.

“조수미 선생님과 공연한 것은 정말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스타가 된 기분이었어요.”

평소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과묵한 편이라는 심 씨는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말수가 많아진다. 특히 자신이 연주했던 곡이나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속 주인공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할 때와 비슷하다.

심영건 마림비스트. 정대현 기자 jhyun@ 심영건 마림비스트. 정대현 기자 jhyun@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탬버린 패러프레이즈’라는 곡에 대해 심 씨는 “(일본의 유명 마림바 연주자) 아베 게이코 선생님의 곡”이라며 “프랑스의 민요가 원곡인데, 스트라스부르에서 어린이들이 돌을 갖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작곡했다”고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심 씨는 오는 19일 공연에서 일본의 마림비스트 하마 마유미 씨와 이 곡을 함께 연주한다.

심 씨가 음악을 처음 만난 건 대여섯 살 무렵이다. 아버지의 동요에 맞춰 실로폰을 신나게 두드린 것이 시작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교회에서 드럼을 접하면서 타악기와 친구가 됐다. 중학교 때 피아노와 마림바를 배우며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린 SOK 주최로 열린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장애령 마림비스트라는 멘토를 만나 제이아트앙상블 단원이 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때 애국가 반주를 맡기도 했던 장 씨는 제이아트앙상블의 예술감독이다. 마림바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공통점이 있어 줌으로 원격 강의를 해주는 등 심 씨와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 장 예술감독은 “영건 씨의 경우 지적장애 3급으로, 자폐 성향도 약간 있지만 청음이 특히 발달해 악보를 보지 않아도 연주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며 “음악적 재능이 높은 편이라 고신대 입학 때도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니라 일반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예술단체 '제이아트앙상블'이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어울림 콘서트를 연다. 맨 왼쪽이 심영건 마림비스트다. 제이아트앙상블 제공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예술단체 '제이아트앙상블'이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어울림 콘서트를 연다. 맨 왼쪽이 심영건 마림비스트다. 제이아트앙상블 제공

1993년생인 심 씨는 대학 졸업 후 소속된 단체나 설 무대가 없어 한때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힘들었다”고 답했다. 그의 어머니 심미경 씨는 “제이아트앙상블 단원이 돼 다른 연주자들과 다시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들이 많이 밝아졌다”며 “발달장애인 아티스트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심 씨는 “최근 TV 드라마에 나온 다운증후군 아티스트 정은혜 씨나 ‘이상한 변호사’의 주인공 우영우처럼 영건이가 사회 안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며 스스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며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음악 전공자인데도 아들이 복지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때 마음이 찢어졌다”고 털어놨다.

심영건 마림비스트. 정대현 기자 jhyun@ 심영건 마림비스트. 정대현 기자 jhyun@

장 예술감독은 “지역에서도 장애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해서 공연 장소를 처음으로 부산으로 정했다”며 “장애인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저희 단체에 공연 요청이 쏟아지는데, 영건 씨 같은 연주자는 일반 프로그램 안에서도 얼마든지 연주가 가능한 실력이니 부산에서도 공연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이아트앙상블은 오는 9월 22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한일 교류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 '평화의 리본' 초청 공연을 열 예정이다. 장 예술감독은 “2019년 대만 초청 공연 때도 영건 씨가 함께 연주했는데,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해외 활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인데, 그러려면 팀 내에서 영건 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씨는 “내년에는 독주회를 열고 싶어 어떤 곡을 연주할지까지 다 준비를 해뒀다”며 “19일 부산 공연에 많이 와서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제이아트앙상블 어울림콘서트=‘2022 행복투게더! 두 개 더! 두 배 더!’.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전석 초대.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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