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수 학력 평가’… 부산교육감 인수위, 75개 교육정책 확정
초등 3~고 1 대상… 등수 미공개
학생·학교끼리 줄 세우기는 차단
4년간 2조 6000억 원 소요 예상
하 교육감 후보 때 밝힌 규모의 7배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14일 오전 부산 동래구 안진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 등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민선 5대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향후 4년간 시교육청이 추진할 75개 교육정책을 확정했다. 소요 예산은 2조 6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14일 인수위에 따르면 이달 말 백서에 실려 하 교육감이 추진하게 될 최종 정책은 75개로 선거 당시 82개 공약보다 다소 줄었다. 강기수 인수위원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공약을 통합하고 필요성이 없어 폐기한 공약도 있다”며 “일부 공약은 변경해 새롭게 정책화하는 등 하 교육감의 기존 공약을 놓고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주된 관심사였던 ‘전수 학력평가’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초등3~고1을 대상으로 한 3월 ‘기초학력진단평가’와 일부 학년만 표집 시행하는 9월 ‘학업성취도평가’ 모두 교육감 재량으로 부산지역 전체 학생들을 참여시키되, 성적표에는 성취율(전체 문항 중 정답 비율)과 문항별 오답 여부 정보만 제공하기로 했다. 등수는 공개하지 않아 학생끼리 줄세우기와 학교 서열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앞서 정부의 대상 학년 확대 계획에 따라 올해는 기존 중3·고2에 더해 초등6 학생들이 참여하고, 내년에는 초등5~6·중3·고1~2, 2024년엔 초등3~고2 전체 학생들이 시험을 치른다.
강 위원장은 “과목마다 세부영역별 성취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과목별로 어느 영역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서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학교별로 평가 일정을 분산하고, 문제은행식 출제를 통해 같은 학년이라도 학교별 또는 반별로 다른 문제를 응시하게 되면 성취율을 단순 비교해 등수로 줄을 세우는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사다리 인수위’라는 명칭에 걸맞게 교육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기초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초과목 교육지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취약계층 실용외국어와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육 지원 강화도 추진한다. 강 위원장은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수포자(수학 포기자)·영포자(영어 포기자)란 얘기가 나오는데, 취약계층의 기초학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는 등 공교육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며 “기초학력 격차는 사회경제적 격차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부산시 등 지자체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선 5대 부산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 강기수(동아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장이 지난 한 달여 동안의 인수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진 기자
부산지역 학교의 10%에 해당하는 다행복학교(부산형 혁신학교)에 지원해온 예산과 인력은 모든 학교로 확대(일반화)하기로 했다. 다행복학교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과 인력을 다른 학교에도 똑같이 지원하되, 당장 어렵다면 학교 규모와 교육 환경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일반 학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모든 교육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다행복학교가 정말 좋은 제도라면 특별한 혜택이 없더라도 신규·재지정을 통해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학생 교육에 참여하는 ‘다행복교육지구’의 경우 대다수의 지자체장이 교체된 만큼 명칭과 운영 방식은 바꾸더라도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공약은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됐다. 우수교사인증제는 교사들의 거부감이 높아 폐기됐고, 권역별 학생안전체험관 건립도 기존 부산소방재난본부의 체험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직과 기능 통합만으로 가능한 부산학력개발원, 교육정책연구소, 특수교육원(2025년)은 이르면 내년 3월 출범하고, 조직 신설과 공간 신축이 필요한 부산학생해양수련원과 학부모교육원 등은 2026~2027년께로 설립 시기를 미뤘다.
서부산권 특목고와 자사고 설립은 공모를 통해 기존 일반·특성화고를 외고·국제고·과학고·마이스터고 등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도시·재개발 지역의 학교 신설 문제는 인수위에서 다루지 않고, 시교육청으로 공을 넘겼다.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AI·메타버스 등 전문영역 집중연수를 도입하는 한편,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경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에는 시교육청 부교육감과 국장 등 간부를 비롯해 일선 학교 교사와 지역 교원단체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와 시교육청은 이들 75개 공약을 실현하는 데 4년간 대략 2조 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하 교육감이 후보 시절 밝힌 3800억 원보다 7배 많은 규모다. 강 위원장은 “교원단체만 해도 전교조·교총·교사노조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해 일의 속도는 더뎠지만,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좋은 교육이 이뤄지는 게 궁극적인 목적인 만큼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교육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인수위는 하 교육감과 강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오전 10시 부산진구 부산미래교육원 2층 대강당에서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대시민 보고회’를 연다. 이후 오는 29일까지 백서를 제작한 뒤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