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서로의 상처 알아보면 화해의 가능성 열린다
공감대화/정병호
이 책을 엮은 정병호는 문화인류학자다. 2000대 초 탈북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공감 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남북 청소년이 교류하는 행사장에서 탈북 청소년들은 늘 ‘편견 가득한’ 질문을 받고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하는 입장에 놓였다. 그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 청소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기획했고, 그것이 공감 대화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 10년간 50여 차례 300여 명이 공감 대화에 참여,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홉 살 어린이부터 아흔 살 노인까지 대화 모임을 진행했고, 점차 진화했다. 공감 대화는 평등한 조건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집단대화 프로그램이다. 다른 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평등하게 만나며,정당한 사회적 존재로서 소수자들의 의미를 확인한다. 따라서 참가자 개개인의 존중과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 토론과 비판을 삼가하고 판단을 유보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경청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30분 이상 온전히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평소 편견과 차별, 가부장제에 눌러 지낸 이주여성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결국 함께 공감하며 등을 토닥이는 장면들이 책 곳곳에 들어 있다. 공감 대화는 남북간,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공감 대화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화해의 가능성이 열림을 보여 준다. 정병호 엮음/푸른숲/312쪽/1만 8000원.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