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커피가 빚어내는 삶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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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 컷. 부산일보DB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틸 컷. 부산일보DB

바흐가 살던 라이프치히에는 유명한 카페가 있었다. 궁정 쇼콜라티에 출신의 요한 레만이 운영한 카페 바움이다. 카페가 인기를 얻자 7곳이 더 문을 열었다. 그중 하나가 치머만 커피하우스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가 연주된 장소이기도 하다. “조용히, 떠들지 마시오.”라는 해설자의 첫 대사가 작품의 원제목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딸 리스헨과 커피를 마시지 말 것을 강요하는 아버지의 갈등과 해소 과정을 위트 넘치게 그려내 ‘커피 칸타타’로 알려졌다. 17세기 생기기 시작한 유럽의 카페에는 남성만 출입할 수 있었다. 커피는 여성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셈이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만은 아니었다. 문화예술과 지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사교는 살롱에서도 이루어졌지만 지극히 폐쇄적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카페는 지식인과 예술인이 담론을 형성하고 대중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근대적 인식과 담론을 확산하는 데 이바지했다.

우리의 근대 초기에도 커피는 낯선 그 무엇이자 근대성의 표징이었다. 근대계몽기 조선의 상황을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애신은 커피를 처음 접하고 이 쓴 것을 왜 마시냐 묻는다. “처음에는 쓴맛만 나던 것이 어느 순간 시고 고소하고 달콤해지지요. 마치 헛된 희망 같달까요?” 이즈음 시고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와 여운을 특징으로 하는 스페셜티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타자와 다른 나의 발현, 이른바 커피의 개성화다. 커피를 단순 음료가 아니라 개인 취향을 담고 표현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커피에 자신을 투영하는 만큼 커피를 둘러싼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높다. 커피숍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는 달리 부산에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입소문이 난 커피숍이 적지 않다. 바리스타의 수준이 세계적이기도 하거니와 신선한 생두가 들어오는 항구라는 지리적 특성도 한몫한다. 도시재생이나 문화예술과 접목한 문화예술카페를 표방하는 곳도 여럿 생겨났다. 커피를 매개로 한 새로운 문화공간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취향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도시의 사랑방이자 새로운 공론장이 되고 있다.

리스헨이 예찬한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모스카토 와인보다 향기로운” 커피는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이었다. 식민지시대 우리 지식인들은 헛된 희망으로 커피를 소비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잠들지 않기 위해 쓰디쓴 싸구려 커피를 삼켜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커피로 자신의 부와 고급 취향을 과시하기도 한다. 커피에서 제3세계 민중들의 검은 눈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커피를 서정적으로 노래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커피 맛처럼 쓰면서도 시고 달콤한 것이 우리네 삶의 풍경이다. 커피 한 잔에 삶의 모든 맛이 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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