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의향서도 작성했다” vs “이틀간 도주, 진정성 없어”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격렬해지고 있다. 여권은 14일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거론하며 대야 비판을 이어갔고, 국제앰네스티 등 문재인 정부의 당시 북송 결정을 비판하는 국제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북송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여권의 문제 제기를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안보 장사’라고 받아쳤다. 양측은 사건의 쟁점인 귀순 의사의 진정성, 범죄 협의 입증 가능성을 두고도 서로 다른 팩트를 부각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여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공방
국힘 “문 정부서 진실 조작
국정조사·특검 도입해야”
민주 “시신·살해 증거 인멸
탈북 어민이라 할 수 없어”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탈북어민은 나포 당시부터 귀순 의사를 밝혔고 조사 과정에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며 “헌법, 법률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 측에서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밝힌 것은 명백한 조작이라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흉악범이 북한에 돌아가면 고문에 총살인데 누가 돌아가고 싶겠느냐”면서 “흉악범이라면 (오히려)귀순에 100%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실도 북송 당시 해당 어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담은 통일부의 사진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문재인 청와대의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16명의 동료들을 무참히 살해 후 북한 경비정에 쫓겨 도주하다가, 우리 해군과 조우하자 이틀 동안이나 도주를 계속해 결국 경고사격과 특수부대 선상진입으로 제압, 체포한 것으로 이들을 대한민국에 귀순하려한 ‘탈북 어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체포되자 부득이하게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탈주민법 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를 보호대상으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 난민법 제19조 ‘대한민국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난민불인정결정을 할 수 있다’ 등 법적으로도 귀순자 인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도 편다.
이와 관련, 현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법 9조에 대해서는 귀순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보호대상자로 각종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고, 실제 중범죄를 저지르고 온 북한 주민 23명은 귀순 의사를 인정받아 남한에 정착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측은 또 해당 어민들이 살해 증거를 철저하게 인멸해 남한에서 무죄로 석방될 위험이 있었다는 점도 북송 결정의 원인으로 내세운다. 박 전 수석은 “살해 도구와 시신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모든 증거를 인멸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무죄로 풀려나 대한민국 국민 속에서 버젓이 살아갈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던 윤건영 의원도 “법정에서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이 대단히 제한적이었다”며 우리 법 체계에서 처벌할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반면 국민의힘 하 의원은 살해 현장인 어선에 대해 포렌식을 하면 증거를 확보해 충분히 처벌이 가능했다고 반박한다. 나아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로 재판을 하고 형 확정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해당 사건에 대한 논평을 요청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 어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부당했다”며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결정은 ‘농 르플르망’ 원칙 위반”이라고 답했다고 VOA가 14일 보도했다.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 원칙은 난민을 박해할 것이 분명한 나라에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 규칙을 말한다.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귀순을 요구한 어민들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진을 보는 건 고통스럽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