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는 그림, 생생한 정물화의 세계로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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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 구자승 화백 초대전
해운대 피카소화랑 28일까지
일상 기물 표현 현대적 분위기
섬세한 표현에 동양적 여백도

구자승 '수국'.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수국'. 피카소화랑 제공

숨을 쉬는 그림.

화병에 꽂힌 수국, 그릇에 담긴 자두가 손에 만져질 듯하다. 구자승 화백의 그림 속 정물은 실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서양화가 구자승 초대전이 부산 해운대구 중동 피카소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숨을 쉬는 그림, 그 미세한 호흡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전시에서는 10호부터 100호까지 유화 20여 점과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극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인 구 화백은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명대 미대 교수를 역임했다. 유화물감을 사용한 구 화백의 작품은 사실적 표현이 돋보인다. 일정 거리에서 작품을 보면 사진처럼도 보인다. 화면 속에 멈춰있는 정물이 눈앞에 실존하듯 ‘정중동(靜中動)’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백자나 오래된 목가구 같은 소재에 더해 그림 속 여백의 미까지 동양적 느낌도 함께한다.

구자승 '함 위의 정물'.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함 위의 정물'.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함 위의 꽃'.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함 위의 꽃'.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남미의 추억'.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남미의 추억'. 피카소화랑 제공

구 화백의 정물화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물을 볼 수 있다. 글라스, 술병, 꽃병 등 평범한 사물이 그려져 있다. 기본에 가장 충실한 정물화이지만 그림에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이유다. 구 화백은 작가 노트에서 “소재는 그림에서 느끼는 친숙성과도 관계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눈에 익은 탓에 그림 속의 소재로 등장했을 때는 ‘낯설지 않다’는 심리적인 친근감을 주는 것도 한몫을 한다”고 밝혔다.

구자승 'LifeDrawing'. 피카소화랑 제공 구자승 'LifeDrawing'. 피카소화랑 제공

구 화백은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전직 대통령과 삼성 이병철, 이건희 전 회장 등 정·재계 인사의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점의 드로잉 작품과 함께 인물화도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이나 피부, 옷의 주름 등 섬세한 표현을 통해 그림 속 인물은 곧 숨을 내쉴 것처럼 보인다. 구 화백의 전시는 28일까지 이어진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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