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과 상식’ 빛바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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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서 근무하는 9급 행정요원 우 모 씨의 부친이 현직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쌓아 온 인물로 밝혀졌다. 우 씨가 대선에 출마한 윤 후보에게 최연소로 1000만 원이라는 고액을 후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관위의 고유 업무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선관위원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들어간 사실 자체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논란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우 씨를 추천했다고 밝히면서 벌어졌다.


권 대행 해명 공무원 준비생 더 분노

인사 논란 이어지면 지지율 붕괴 가속


권 대행은 논란이 일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월급이 적어) 내가 미안하더라”라고 밝혀 파문을 키웠다. 이러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밤낮없이 노력하는 젊은이들은 대체 뭐가 되는가. 공무원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 커뮤니티의 반발이 거세다니 당연한 일이다. 부친이 대통령과 권 대행의 지인이 아닌 상태에서 대통령실에 들어갈 가능성을 생각하면 ‘부모 찬스’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권 대행은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겨냥해 “25살 청년을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공정한 채용이었느냐”고 더불어민주당 탓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변명은 인제 그만 듣고 싶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적 채용 논란을 ‘악의적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권 대행의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현행법상 따져야 한다며 방어 논리를 펼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적 채용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김건희 여사의 개인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여 온 유튜버의 누나 건 등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야당의 정치적 공격이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논란이 이어지면 청년들이 정부를 어떻게 볼지 좀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17일 권 대행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권 대행은 “아버지가 선관위원이라고 해서 아들이 특정 정당의 정치인을 지지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버지와 아들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권 대행은 이날 2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마련을 요청하는 취지였지만 “자칫하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사 문제가 꼽힌다. 정부의 인사가 공과 사를 구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지지율 붕괴를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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