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끄러운 제헌절, 국회 공백 계속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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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주년 제헌절인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거리에 게양된 태극기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여야는 이날까지도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실상 입법부의 공백 상태로 제헌절을 맞이했다. 연합뉴스 제74주년 제헌절인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거리에 게양된 태극기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여야는 이날까지도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실상 입법부의 공백 상태로 제헌절을 맞이했다. 연합뉴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74주년 제헌절 경축식은 결국 국회 공백 속에 진행됐다. 국회 21대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지연으로 국회가 멈춰선 지 17일로 49일째를 맞은 가운데 ‘국회 없는 제헌절’이라는 헌정사의 부끄러운 기록만 남기게 된 것이다. 이날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해 제헌절 경축식이 진행됐으나 여야는 당초 약속한 국회 정상화라는 선물 대신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상호 비방전만 이어 갔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 현안이 산적하고 나라 안팎의 경제와 안보 위기로 서민들의 고통이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다.


원 구성 협상 지연 49일째 멈춘 국회

민생 뒷전 여야에 국민들 비난 목소리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원 구성에 난항을 거듭해 온 여야는 지난 12일 국회의장단을 선출한 뒤 처음으로 원내대표가 만나 제헌절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자고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원 구성 시한을 앞두고 여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위원회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치하며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나 행안위 중 하나는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법사위원회를 여당에 넘기기로 한 만큼 과방위와 행안위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 구성 지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정치권 내 고질적 악습이다. 국회 사무처 통계를 보면 13~20대 국회 원 구성 평균 소요 기간이 41.4일이었다. 21대 후반기 국회의 경우 평균보다 더 지연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엄중해 빠른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는 제헌절 당일까지도 진지한 협상 대신 협상 결렬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이날 경축식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가 지나치게 과거 문제에 매달리거나 당내 갈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며 “정치를 고쳐 다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국회 파행을 에둘러 지적했다.

정치권이 원 구성 협상을 두고 힘겨루기에 몰두하는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산적한 민생 정책을 시행하려면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유류세 인하 폭 확대도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고쳐야 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관련 대책 역시 국회 협력 없이 시행이 불가능하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이 일하지 않는 국회를 바라보는 눈길은 싸늘할 수밖에 없고 정치 혐오만 부추긴다. 정치권이 정말 민생을 위하고 걱정한다면 원 구성 협상을 조속히 끝내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헌법 정신인 민주주의에 기반한 ‘조정과 타협의 정치’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74주년 제헌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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