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부산 스타트업] 3D 애니 기술 접목, 부산 정서 풍기는 작품으로 ‘승부수’
[Up! 부산 스타트업] (주)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
(주)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 양창원 대표가 부산 남구 동명대 강석진스타트업빌리지 내 본사에서 ‘스카이 서퍼 인 송정’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역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고 흔히 말한다. 지역에는 제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인재도 서울로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산에서 콘텐츠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 성공하면 부산을 인재가 모이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지역성이 강한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주)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도 그들 중 하나다.
‘신귀한 식당’ ‘스카이 서퍼 인 송정’
영도·송정 배경 성인 대상 제작
콘텐츠진흥원 제작 지원에 선정
“부산의 픽사 되는 게 가장 큰 꿈”
■지역 스튜디오 2곳이 힘 모았다
빅파인애니메이션스튜디오(이하 빅파인)는 원래 양창원(40) 대표가 창업한 피코스톰과 (주)스튜디오인요의 김승화 대표가 힘을 모아 지난해 3월 만든 회사다. 양 대표는 “부산 내에 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싸워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김승화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며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미국 애니조나주 인요 컨트리에 있는 죽지 않는 소나무를 상징하는 빅파인(Big Pine)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부산 애니메이션 작품 중 처음으로 지상파 방영에 성공한 3D 클레이 애니메이션 ‘도라독스’ 시즌 1, 2를 만든 (주)네오테크놀로지 출신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도 국내 순수 기술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회사다. 하지만 대표 사정으로 회사가 사라지면서 양 대표는 동료들과 함께 2017년 피코스톰을 창업했다.
스튜디오인요는 영유아 대상 애니메이션 ‘에그구그’가 지상파를 통해 방영하고 성공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았다. 한때 직원 수만 1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성장했지만,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가 불발돼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김승화 대표와 함께 우리가 회사를 잘 키워서 서울에 갔던 애니메이션 전공 친구들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게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며 “이제는 화상 회의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서 부산에서도 작업이나 회의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역색 풀풀 애니메이션 제작
빅파인은 지역색이 듬뿍 묻어나는 애니메이션으로 일약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창 제작 중인 ‘신귀한 식당’, ‘스카이 서퍼 인 송정’ 2편 모두 각각 영도와 송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90% 이상이 영유아 대상의 작품인 데 비해, 두 작품은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양 대표는 “넷플릭스에 들어가 보면 영유아 대상 애니메이션은 한국산이 대부분이다”며 “성인 대상의 작품은 작품 퀄리티가 좋아야 해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흥행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신귀한 식당’은 영도 할매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영도 할머니로 불리는 산신이 영도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대중에게는 영도를 떠나면 할머니가 해코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 대표는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에 와전된 거더라”며 “실은 영도 사람들이 외지에 나가면 안 좋은 일을 당할까봐 영도 할머니가 ‘단디해라’고 경고하고 지켜주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코스톰 시절 영도에 있었던 스튜디오 옥상에서 봉래산에 짙게 낀 해무를 보고 어떤 영적인 기운을 느꼈다”며 “봉래산 영도 할매 이야기를 비틀어서 영도 욕쟁이 할매가 저승으로 떠나는 귀신을 대상으로 식당을 차렸는데 맛있어서 맛집이 된다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웃었다.
성인 대상의 작품으로 망자들이 저승에 가기 전 중간계에서 영도 할매의 식당에 들렀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기획 단계에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지역특화콘텐츠 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데모데이’ 바이블 부문에서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국산 애니메이션 초기 본편 제작 지원’에 선정되며 제작비를 지원받고 10분짜리 20편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2024년 9월 공개가 목표다.
■끝없는 도전, 이제는 3D다
‘스카이 서퍼 인 송정’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차세대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에 선정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힙합을 좋아하는 부산 갈매기와 친구인 용두산 비둘기가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하고 푸드트럭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역시 지역색이 짙은데 향후 부산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뜻도 반영됐다.
양 대표는 “현재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R&D(연구·개발) 사업의 기술을 녹여 일부는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반영했다”며 “앞으로 3D 애니메이션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도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스카이 서퍼 인 송정’은 3분 길이의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50편까지 제작 예정이다. 부산 서핑 전문기업인 ‘서프홀릭’과 업무 협약도 체결해 애니메이션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지역 제작사와 지역 기업이 윈윈하는 협업 사례가 됐다.
빅파인은 조만간 글로벌 게임회사와 네이버에 연재할 3D 웹툰 제작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기존 웹툰의 경우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하나씩 다 그려야 해 제작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빅파인이 개발한 3D 기술을 적용하면 작업 시간이 단축돼 효율적이다.
“저는 울산 출신입니다. 부울경 애니메이션 인재가 서울로 떠나지 않고 부산을 거점으로 활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앞으로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현재 제작 중인 애니메이션 2편도 성공적으로 내놓고 싶습니다. 창업하며 꿈꿨던 ‘부산의 픽사’가 멀지 않은 거 아닐까요.”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