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선 트램, 국비 지원 외면에 ‘모형물’ 전락 위기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진은 오륙도 실증노선 조감도.부산일보DB 사진은 오륙도 실증노선 조감도.부산일보DB

‘전국 최초’ 타이틀로 기대를 모았던 부산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이 사업비 장벽에 부딪히며 '트램 모형’ 수준으로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친환경 교통체계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사업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인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는 지난 14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 연구개발 사업을 평가한 자료를 심의했다. 해당 자료에는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을 '사업비 증액분'을 제외한 최초 예산 규모로 추진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광위는 이날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머리를 맞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했다. 대광위 관계자는 “이 사업을 어떤 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은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며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기본설계 과정서 사업비 배 증가

기재부 “증액분 436억 지원 불가”

교통수단 기능 빠진 ‘트램’ 불가피

“국가 차원 신기술 ‘실증노선’ 사업

정부가 전향적 자세로 나서야”



기본설계 과정에서 기존 470억 원의 사업비가 배 가까이 증가해 모두 906억 원이 필요해진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은 불어난 예산 규모로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3월부터 국토교통부와 사업비 증액분 약 436억 원을 국비와 시비 6 대 4로 분담하는 방향으로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왔다. 기재부는 당초 연구개발 사업을 도시철도 사업으로 변경해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 불가' 입장을 드러낸다.

앞서 올 4월 부산시는 기재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했다.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예산 추가 투입의 근거를 확보한다는 전략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약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재부로부터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재부의 국비 지원 결정이 무산되면 국가가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방점이 찍힌 신기술 ‘실증’ 사업의 의미가 퇴색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공모 사업비였던 470억 원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승객을 트램에 태우고 다니기 위해 필요한 검수시설, 차량기지, 안전시설 등을 설치할 수 없다. 실증노선 길이도 1.9km에서 1km로 축소된다. 교통수단 기능이 빠진 '트램 모형'만이 도심 한가운데 설치되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신기술 개발 사업에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대거 투입해야 하는 현 시스템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은 “트램이 실제 의도와 달리 실험장비 수준으로 끝난다면 사실상 국토부에 기만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자체끼리 유치 경쟁이 붙다 보니 지자체가 지방비를 부담하게 된 것이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비용을 전액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륙도선 트램 실증노선이 리튬 배터리를 열차 상단에 부착한 형식으로 운행하는 첫 사례인 만큼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 친환경 교통수단을 도심에 도입하려는 국내 다른 트램 건설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추진되는 트램뿐만 아니라 부산항 북항에도 ‘C-Bay Park선’ 트램 등이 예정돼 있다.

박두춘 오륙도선트램추진위원장은 "국가 사업인 오륙도선 트램에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지 못한다고 버티는 건 부산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다"면서 "노선이 설치될 구간은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이 특히 심한데 대중교통 수단으로 오륙도선 트램을 활용할 수 없다면 주민들은 반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