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꺾이나 했더니… ‘경기침체’ 직면한 세계 경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들이 18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를 강타했던 ‘물가 폭등’ 추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발 식량·에너지 대란의 출구를 적극 찾으면서 공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치솟은 물가에다 이에 대응하고자 폈던 고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거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경질 적색 겨울 밀 가격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9%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때(5월 17일) 71%까지 올랐던 상승률이 차츰 내려온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도 3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6월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 3월보다 3%가량 떨어졌다.
겨울밀 가격 연초 대비 9% 상승 그쳐
흑해항서 우크라 곡물 수출 재개 영향
EU 천연가스 수입 다변화 ‘안정 기미’
글로벌 고금리정책, 경기침체 초래 우려
이같은 추세 반전에는 공급난 완화 분위기가 한몫했다. 각국은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동유럽산 옥수수, 밀, 해바라기유 등의 자국 생산량을 늘리거나 새 공급처를 발굴하고 있다.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유엔이 흑해 항구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재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점도 호재다.
그러나 곡물 가격 안정화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미 농무부는 곡물, 지방 종자의 전 세계 재고량이 여전히 빠듯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 이상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도 곡물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미국 중서부는 높은 습도로 옥수수, 대두 재배가 늦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등은 건조한 날씨 탓에 밀 파종이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쟁으로 곡물 재배를 재개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 수확한 곡물을 해외에 판매할 수 없는 등 다음 농사에 쓸 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입이 제한된 유럽도 다른 공급처를 찾아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8일 아제르바이잔을 찾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확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U는 오는 2027년까지 아제르바이잔 가스 수입을 연간 200억㎥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도 지난해(81억㎥)보다 크게 늘어난 120억㎥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당한 불가리아도 오는 10월부터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18일 알제리를 찾아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과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 뉴스통신사 APS는 지난 15일 올해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량이 40억㎥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추세가 꺾이면서 글로벌 경제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CNN이 SSRS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미국 성인 145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가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크게 둔화했던 지난 2007년 10월 당시 조사(46%)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대표 기업 애플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에 일부 사업 부문의 연구개발, 채용 예산을 예상 이하로 책정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일부 부서 인원을 늘리지 않고 직원이 퇴사하더라도 추가 충원에 나서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도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지출과 고용 축소 방침을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