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타는 줄도 모르고 화마에 맞선 ‘굴착기 영웅’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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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기승 스페인 북서부 마을에 화재
굴착기 기사, 방화선 파며 필사 대응

스페인 타바라 마을 주민 앙헬 마르틴 아르호나가 화마에서 빠져 나와 필사적으로 대피하고 있다. 엘파이스 유튜브 채널·연합뉴스 스페인 타바라 마을 주민 앙헬 마르틴 아르호나가 화마에서 빠져 나와 필사적으로 대피하고 있다. 엘파이스 유튜브 채널·연합뉴스

스페인 한 마을에서 민가로 번지는 산불의 불길을 잡기 위해 굴착기를 끌고 화마에 뛰어든 주민이 화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폭염과 산불로 시름하는 스페인 북서부 타바라 마을에 ‘굴착기 영웅’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건설 자재 창고를 운영하는 앙헬 마르틴 아르호나는 최근 며칠째 이어진 산불이 점점 민가와 논밭으로 번지자 굴착기를 끌고 나타났다. 불길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방화선을 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삽시간에 불이 굴착기를 덮쳤고, 잠깐 동안 굴착기와 그의 형체는 시뻘건 화마와 까만 연기에 휩싸여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몇초 후 아르호나는 불길을 뚫고 나타났고, 넘어지고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대피했다. 상의는 이미 불에 타 너덜거렸고, 바지에는 여전히 불이 붙어 있었다. 가까스로 대피한 아르호나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르호나의 친구인 후안 로자노는 “불이 모든 걸 태워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훌륭한 전문가, 자신을 지킬 배짱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최근 기록적인 폭염에 더해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만 3만 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스페인은 북부 갈리시아와 중부 카스티야이레온, 에스트레마두라에서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산불로 현재까지 7만 ha가량 산림이 불에 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기후 변화가 사람과 생태계, 생물다양성을 죽이고 있다”며 “불에 탄 산림 7만 ha는 지난 10년 평균 피해보다 두 배 큰 규모”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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