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살린다면서 지역신문발전기금은 깎나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역신문 발전 기금 구독료 지원 예산 원상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 구독료 지원 예산을 깎으려 들자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의 요구에 따라 최근 내년도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중에서 보조사업 10억 5000만 원을 감액한 조정안을 냈다고 한다.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4억 5000만 원과 지역신문활용교육 예산 6억 원을 줄인 것이다. 구독료 지원이 끊기는 1, 2월이 되면 왜 신문이 안 오느냐고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보 격차는 심해지고, 청소년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정부가 경영난이 심화되는 지역 언론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기재부 요구에 소외계층 구독료 잘라
정보 격차 심화·지역 언론 숨통 조여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공익적인 구독료 지원은 지역신문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한 핵심적인 사업이다. 이러한 예산을 삭감한다면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지역 언론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못해 화가 난다. 지난해 12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된 이후 첫 예산 편성부터 정부의 ‘지역 언론 패싱’을 지켜봐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지역의 정보 소외계층에게 꼭 필요한 사업임에도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산 삭감을 결정함으로써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기재부 결정은 지역 정보 격차의 심화와 지역 의제 설정의 위기, 지역 공론장의 위기 현상을 오히려 부추기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문체부가 2022년도 구독료 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하려고 시도했다가 각계의 반발로 철회된 바 있다. 지난해 말 한시법이었던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되며 예산 확충을 기대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줄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올해는 8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방을 살리겠다면서 만만한 게 지방인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니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지난 4월 지역 순회에서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했던 일이 지역 언론 홀대의 전조였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가덕신공항, 부울경 메가시티, 2030부산월드엑스포 등 지역의 운명이 걸린 어젠다 추진에 지역 신문은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고 자부한다.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맞서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언론이 살아야 한다. 지역 언론을 통한 지역의 정보 격차 해소와 지방정부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비판이 지역 발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로 이어지기 쉽다. 지방을 살린다면서 구독료 지원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줄여서는 안 된다. 삭감한 내년도 구독료 예산을 당장 원상복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