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돌발 해충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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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농촌 지역이 많은 기초지자체마다 퇴치를 위해 총력을 쏟는 대상이 있다. 바로 ‘돌발 외래 해충’이다. 갑자기 개체수가 많아져 심한 피해를 주는 외래 해충을 말한다. 농민들이 방제 작업에 피땀을 흘리는 외래 해충으론 미국선녀벌레,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매미나방, 미국흰불나방 5종이 꼽힌다. 나무와 농작물의 잎을 갉아먹거나 수액을 빨아 말라죽게 해서다. 왁스 물질을 분비해 혐오감을 주고 식물의 그을음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 나타난 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극성을 부리며 농업에 큰 피해를 입혀 국어사전에 ‘돌발 외래 해충’이란 용어가 등재됐을 정도다.

최근 전남에서 작물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는 열대거세미나방이 발견돼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벼, 옥수수를 비롯한 80여 종의 식물이 이 곤충에 취약하다고 한다. 이 벌레는 올 5월 17일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돼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전남 여수시, 함평·영광군에서 잇따라 관찰되며 북상하고 있어 철저한 초기 방제가 요구된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건너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의 돌발 외래 해충은 지난 30년간 89종이 보고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한반도 기온이 그간 1도가량 상승하는 과정에서 아열대성 곤충들이 들어와 토착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과 충청도 내륙 평지에 주로 서식하는 꽃매미가 대표적이다. 국내 기온이 5도 더 오를 경우 겨울 온도가 낮은 강원도 산지 등 전국으로 꽃매미 서식지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여름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곤충이 도시 지역에서도 집단 출몰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달 들어 서울 은평·마포구, 경기도 고양시 일대를 뒤덮어 혐오감과 생활 불편을 초래한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털파리떼가 그것이다. 긴 가뭄에 부화하지 못하고 있다가 장마철에 습도가 높아지자 무더기로 성충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폭염과 마른장마가 지속된 요즘 울산 등 대도시의 도심과 숲에 해충이 기승을 부린다는 민원이 쇄도한다. 이 때문인지 SNS 등 온라인상에는 ‘돌발 해충’이란 단어가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인구의 91.8%가 도시에 거주할 만큼 도시가 급팽창하며 자연환경을 건드린 탓일지도 모른다. 이상 기후로 늘어날 전망인 돌발 해충의 출현은 곤충이 사람과 공존해야 할 존재임을 알리려는 신호는 아닐까? 해충·익충 구분은 지구의 후발 주자인 인간의 관점일 뿐이니깐.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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