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공예, 소품 하나로도 휴양지 느낌 '물씬'
동남아 리조트 느낌 물씬, 여름에 더 인기 끄는 ‘라탄’
별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뜨개질하듯 엮어
라탄 공방 원데이 클래스, DIY 키트로 쉽게 체험 가능
여름이 되면서 동남아 휴양지 느낌을 주는 라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라탄 공방 ‘포레스트 일월’에 전시돼 있는 라탄 제품들.
코로나 팬데믹이 일상을 덮치기 전, 여름휴가의 풍경 중 하나는 동남아 휴양지 리조트였다. 여유롭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그곳의 라탄 소품이나 가구도 함께 떠오른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올여름도 해외 휴양지 여행은 쉽지 않다. ‘라탄’은 작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휴양지 느낌을 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슬기로운 집콕 취미로 라탄 공예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자연 소재로 만드는 유일무이 소품
‘라탄’은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야자과의 넝쿨식물인 등나무이다. 라탄 공예는 등나무 줄기를 엮어 만드는 것으로,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무늬와 모양이 달라진다. 같은 크기와 모양을 목표로 라탄을 엮더라도 결과물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겨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 되는 것이다.
라탄 공예 재료로는 껍질을 제거한 ‘환심’을 가장 많이 쓴다. 환심의 굵기는 다양하며, 만드는 작품의 목적과 크기에 따라 선택한다. 작은 소품은 주로 2mm 굵기를 쓴다. 라탄 공예 재료는 인도네시아와 발리, 베트남 등에서 전량 수입한다.
라탄 환심은 마른 상태에서는 쉽게 부러지고 잔가시가 일어난다. 공예를 시작하기 전 미리 물에 담가 놓으면 말랑말랑해지고 탄성이 생긴다. 별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엮는 라탄 공예는 뜨개질과 비슷하다. 일정한 패턴을 반복해서 엮으면 형태가 나온다. 작품의 뼈대 역할을 하는 부분을 ‘날대’라고 하며, 날대를 이어주고 전체적인 모양을 만드는 것을 ‘사릿대’라 한다.
간단한 라탄 공예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다. 시중에 DIY 패키지가 많이 나와 있다. 취미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영상만 보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원데이 클래스와 취미반을 운영하는 공방을 찾아가면 된다.
■한 땀 한 땀 엮고 돌리고 잇고 끼우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 라탄 공방 안에 들어서자 눈이 시원해진다. ‘발리’에 간 듯 휴양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라탄 공방 ‘포레스트 일월’은 예비사회적기업 2년차로 원데이 클래스와 자격증반 수업은 물론 취약계층 무료 수업과 교육 기부, 마을 재생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안선영 포레스트 일월 대표가 원데이 클래스 참가자에게 바구니 엮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라탄 피등으로 골조를 한 칸씩 감아서 만드는 전등 갓.
“라탄 공예가 처음이라면 밑판이 있는 바구니가 만들기도 쉽고 활용도가 좋아서 추천합니다. 바닥도 라탄으로 짜 보고 싶다면 컵 받침(티코스터) 같은 작은 사이즈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컵 받침도 하나 만들려면 한 시간쯤 걸리거든요. 캠핑 가서 LED 등을 걸 수 있는 전등 갓도 인기가 많아요.” 안선영 포레스트 일월 대표가 조언했다.
이날 수업에서는 라탄 피등(등나무 껍질)으로 만드는 전등 갓과 환심으로 만드는 바구니 등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등 갓은 반질반질한 촉감의 피등을 골조에 감아서 엮어 나가는 것이다. 라탄 공예는 대부분 따로 접착제나 도구를 쓰지 않고 재료를 연결하고 마무리한다. “적당히 당기면서 감아야 완성했을 때 모양이 예쁘게 나와요. 손가락이 아프면 집게로 집어 놓고 잠시 쉬었다 하세요.”
밑판에 날대를 끼워 옆면을 엮어 만드는 바구니는 중간중간 분무기로 물을 뿌려 가며 작업한다. “작품을 다 만들고 환심이 마르게 되면 윗부분이 오그라들 수 있으니 양옆보다 위아래를 촘촘히 당기는 게 좋아요.” 안 대표가 팁을 준다. 두 가지 모두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작품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2시간여가 걸렸다. “엮다가 딴생각하면 한 칸을 건너뛰는 등 실수를 하게 돼요. 그래서 여기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잡념이 사라진다는 분들도 있어요. 만약 실수하면 뜨개질처럼 다시 풀어서 작업할 수 있으니 걱정은 마세요.”
이날 바구니 만들기를 체험한 수강생은 “모양이 점점 잡히는 게 눈에 보이니 성취감이 느껴진다”며 “자연 재료를 만지며 집중하는 시간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말했다.
한 땀 한 땀 집중해서 엮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30년 전에 유행했던 추억의 취미
“젊은 세대가 SNS를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고 등공예 이거 옛날 80년대에 많이 했는데 추억이네’ 하시면서 공방에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유행이 돌고 돌아온 ‘복고 취미’인 셈이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 일간지에는 등나무 공예 강습생을 모집한다는 기사가 많았다. 예전에는 주로 바구니, 소쿠리, 의자 등 종류가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전등 갓, 핸드백, 슬리퍼, 거울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재료의 선택 경향을 보면 거실 가구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직물로 된 소파를 가장 좋아했으며 특히 중하층에서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었다. 중상층 이상은 직물로 된 것 다음 순으로 등나무로 된 것을 좋아했다.’ 1983년 10월 26일 ‘소비자들의 가구 디자인에 대한 선호 경향’에 관한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이처럼 집에 등나무 가구가 있었고 취미로 등나무 공예를 배웠던 어르신들에게 라탄은 추억이다. 1980년대풍 등나무 가구는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라탄은 여름 소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목처럼 따뜻한 느낌도 낼 수 있어 사계절 인테리어로 활용하기 좋다. 이케아 코리아는 지난달 자연 질감 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짠 라탄 소재의 ‘톨크닝 수납 벤치’와 같은 톨크닝 시리즈인 걸이식 바구니와 화분 스탠드를 추천했다.
안 대표는 라탄 제품은 잘 관리하면 오래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지가 쌓이면 잘 털어 주고 마른걸레로 닦아 주면 됩니다. 습기는 피해야 하고요. 음식이 닿는 것들은 나무 도마처럼 오일로 관리해 주면 위생적으로 쓸 수 있어요. 라탄 제품에 오일을 발라서 색을 내기도 하고 태닝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햇볕에 탄 색도 멋스러워서 좋아합니다. 바로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색이잖아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