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개인회생 기준, 왜 서울과 부산 차별 두나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코로나19 팬데믹, 대출 초과, 주가 폭락 및 코인 투자 실패 등 일련의 사태들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과 다른 지방법원들의 개인회생 인가율을 살펴보면, 서울회생법원은 73.7%인 반면에, 부산법원은 43.4%에 그치고 있다. 부산법원의 개인회생 신청 인가율은 전국 평균 60.2%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개인회생을 하려면 서울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빚 청산마저도 서울이 유리하다니,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서울회생법원과 지방법원의 인가율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서울이 아닌 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들은 서울에 비해 불리한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회생에 있어 ‘배우자의 재산’을 채무자의 재산으로 편입할 것인지를 두고, 서울회생법원과 지방법원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보다 현저히 불리한 기준 적용
부산 인가율 서울보다 훨씬 낮아
일부 채무자 위장전입까지 불사
서울, 가상화폐·주식 투자 손실도 고려
지역 2030 세대는 빚 탕감 혜택 외면
서울·지역 간 형평성 차이 손질 시급
최근 지인인 A 씨가 배우자 모르게 형제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고,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빌려주었다가 회수를 못해 결국 회생을 신청해야 되는 상황에 이르러 상담을 했다. 부산, 울산 등 지방법원에서는 배우자 재산의 2분의 1을 A 씨의 재산으로 반영해 변제계획 절차를 수립하는 반면에, 서울회생법원에서는 부부별산제의 원칙에 따라 배우자의 재산을 채무자의 재산으로 산입하지 않고 있다. A 씨가 부산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려면, 배우자의 모든 재산과 채무 내역까지 일일이 밝혀야 하고, 배우자의 재산을 반영하자, 개인회생 인가결정을 받기 힘들어 포기를 해야 했다. 결국 회생도 안 되고 가정불화만 더해진 셈이었다. 그런데 만약 A 씨가 똑같은 조건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면 얼마든지 회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지방법원들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배우자 명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점이 없음에도 배우자 재산의 절반을 무조건 채무자 재산으로 취급하고 있어서, 이혼을 하지 않고서는 개인회생이 사실상 어렵다. 현행 민법은 배우자가 결혼 전부터 가진 재산,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증여받은 재산은 배우자의 고유 재산으로 보는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한다. 대법원도 채무를 조정하는 개인회생 절차에서 배우자가 스스로 취득한 재산은 함부로 공유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본인 재산을 배우자에게 빼돌리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자들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채무자의 재산변동 과정을 보면 드러나게 될 것인데 예외를 두지 않고 있는 점은 명백히 부부별산제에도 어긋난다. 그리고 서울과 달리 지방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두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채무자들은 위장전입을 하는 방법으로 서울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시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인한 손실금은 반영하지 않기로 밝히면서, 이러한 기준 역시 서울과 지방에 차이를 두는 것은 아닌지 눈길이 간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 또는 가상(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의 처리에 관한 실무 준칙’을 제정해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경우 손실금의 액수나 규모를 원칙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회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위와 같은 준칙을 마련한 배경에 대해서 “가상화폐 등 투자 실패로 20∼30대의 부채에 대한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고, 개인회생 신청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이가 회생 절차로 경제 활동에 복귀하는 것이 파산 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은 서울 거주자 혹은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는 채무자가 아니면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법원으로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아직 논의된 것은 없고, 각급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사회적 비용으로 탕감해 주는 것이 정당한가는 별론으로 하고, 위 준칙 제정 취지가 주식 또는 가상 화폐로 손실을 본 2030세대의 회생을 돕고자 하는 취지라면, 위 기준이 서울에만 적용되고 타 지역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은 지역 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개인회생 실무 준칙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여 실무적으로도 동일하게 적용하여야 하고, 누가 어느 법원에서 신청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서는 안 된다. 개인회생 제도에서까지 서울과 지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